한국전력공사 나주 본사. [사진=한전]
한국전력공사 나주 본사. [사진=한전]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정부가 전기료 누진제의 대안으로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계시별 요금제' 도입을 강행한다. 소비자의 합리적 전기 소비를 유도하고 한국전력공사의 재정 손실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전력 사용이 급증하는 시간대와 시기에 전기요금을 올리는 형태라 전기료 인상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내년 상반기로 예고된 주택용 전기료 제도 개편에 앞서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 실증사업에 본격 착수했다고 23일 밝혔다.

계시별 요금제는 각 가정에서 측정된 전력사용량을 바탕으로 계절과 시간대별로 분류해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계절은 여름, 겨울, 봄·가을 등 3개로 분류되고 시간대는 주간과 야간 전력 사용량에 따라 경부하, 중간부하, 최대부하로 나뉜다.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구간에 과소비를 막아 소비자 스스로 전기를 합리적으로 쓰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계시별 요금제 도입은 사실상 전기소비자에게 받는 수익을 올리려는 목적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한 전력업계 전문가는 “요금제가 개편되면 여름철과 겨울철 전력사용이 급증하는 소비 패턴에 맞춰 가능한 많은 가구에 전기료 부담을 완화하는 누진제 안전장치가 사라지면서 전기료 수익이 불어나기 마련”이라며 “사실상 그 이익은 전기사업자인 한전에 돌아가기 때문에 전기료 인상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요금제를 도입하더라도 종전과 요금 총액에 차이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시점 계시별 요금제 도입을 서두르는 모양새는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정부는 지난 6월 발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계시별 요금제 도입을 언급했다. 그런데 계시별 요금제는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스마트 계량기(AMI)가 필수적이다. 현재 전국에서 한전에 AMI를 신청한 곳은 서울, 경기, 인천, 대전, 충남, 광주, 경북 등 7개 지역 아파트단지 중 2048가구에 불과하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AMI 도입은 결국 소비자의 선호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에 추진이 가속화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도입 시기인 내년 상반기까지 전 가구 AMI화는 역부족이며, 도입 가정에만 국한 적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논란을 부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준비가 아직 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요금제를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은 결국 전기료 인상에 주안점을 뒀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전 관계자는 “계시별 요금제가 곧바로 전기료 인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발전 에너지가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전반적 요금체계를 마련해야 지속가능 경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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