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블랙홀’에 갇힌 여야 정치권이 무기력합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문재인 정부=조국’이라는 프레임에 사로잡혀 ‘묻지마 조국 사퇴’를 외치며 연신 헛발질만 하는 통에 전통적 지지기반이던 보수층 결집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청와대와 여당도 계속 쥐고 갈 수도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는 ‘조국 카드’ 때문에 전례 없이 곤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 이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1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눈물의 삭발식을 거행했습니다. 여기엔 강효상 한국당 의원과 송영선 전 의원도 동참했습니다. 이날 삭발식에는 박대출·윤종필 의원, 이재오 상임고문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습니다. 조만간 삭발행렬에 나경원 원내대표도 동참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립니다.

한국당은 현재 대(對)정부 투쟁 결기가 열성 지지층에게 전해졌다고 판단, 한껏 고무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간밤에 촛불집회를 통해 투쟁의 동력을 끌어 모르려 했던 한국당의 스탠스가 국민적 동의와 지지를 얻고 있는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총선정국을 앞두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 때문이죠. 일각에선 한국당의 삭발투쟁 행렬을 두고 ‘머리 깎아 절로 가고 있다’고 비꼬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하여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사정이 좋지도 않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의 학습효과 때문인지 내부의 건강한 비판마저도 배척하면서 견고한 지지층 사이에서 균열이 일고 있습니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지지기반이었던 청년층이나 중장년층이 ‘조국 청문회’를 계기로 등을 돌리거나 무당파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회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지지층과 문재인 정부와 정부여당 지지층을 각각 보수와 진보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애초 진보와 보수에 대한 고민은 없이 형성된 이분법적 진영논리가 견고하다는 방증이죠. ‘조국 사태’로 인해 진보진영이 분열되고 있다는 기이한 진단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보의 분열이 아닌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표출되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듯합니다.

여야 간 합의된 정기국회 일정이 돌연 순연됐다는 소식을 접한 다수의 기자들은 예견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정기국회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될 총선 국면으로 가는 과정에서 ‘조국’을 지렛대로 삼겠다는 정치권의 속내가 드러났을 뿐이라는 겁니다. 당분간 국회 파행의 책임공방이 계속되겠지만 최근 정국을 삽시간에 빨아들인 ‘조국 블랙홀’은 여야 모두에게 양날의 검이라는 건 공공연한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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