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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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나 성장 특례 상장 기업 등의 공모주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이런 유형의 공모주는 욕심만 내지 않으면 원금을 잃을 염려가 없거나 손실이 일정 수준에서 제한되는 투자 상품으로, 증시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최대한 위험을 피하려는 투자심리가 기업공개(IPO)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6일까지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스팩 13곳의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 경쟁률은 평균 319.6대 1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신규상장한 스팩 20곳의 평균 청약 경쟁률(33.5대 1)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종목별로 보면 지난달 30일 신규 상장한 상상인이안제2호스팩의 청약 경쟁률이 297.0대 1이었고 같은 달 20일 상장한 미래에셋대우스팩3호의 경쟁률은 508.4대 1로 집계됐다.

특히 7월 15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이베스트이안스팩1호는 1431.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연초까지도 스팩 청약은 투자자들에게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3월에 신규상장한 유안타제4호스팩이나 케이비17호스팩의 경우 2대 1에도 채 못 미치는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그러나 국내 증시가 좀처럼 박스권을 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동안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비교적 안전한 투자 대상에 투자 수요가 몰렸다.

스팩은 주식 공모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후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명목회사(페이퍼컴퍼니)로, 우량 비상장 기업이나 코넥스 상장사와 합병하는 방식을 통해 주로 코스닥 시장의 상장 통로 역할을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장 후 합병이 성사되면 주가 급등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고 상장 이후 3년간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해 상장 폐지되더라도 원금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스팩은 공모자금의 90% 이상을 금융기관에 예치해 보관하는데, 합병에 실패할 경우 보관한 원금과 이자를 함께 돌려주기 때문이다.

공모주 투자자들의 경우 거의 손실이 나지 않는 구조인 셈이다.

손실 폭이 제한적인 성장특례 상장기업에도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올리패스와 라닉스의 청약 경쟁률은 각각 419.4대 1과 770.9대 1로 집계됐다.

상장 주관사 관계자는 "성장성 특례상장 제도가 적용된다는 점이 일반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성장성 특례상장이란 증권사나 투자은행(IB)이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 추천하는 기업에 대해 상장 시 일부 경영 성과 요건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이를 통해 상장한 기업은 주가가 6개월 이내에 공모가 대비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주관사가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주식을 되사줄 책임(풋백 옵션)이 있다.

결국 공모주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장 초기 주가가 부진하더라도 손실 폭이 최대 10%로 제한되는 셈이다.

이에 비해 이런 '안전장치'가 없는 일반 공모주들의 경쟁률은 올해 하락 추세다.

지난해 일반 공모주의 경쟁률은 평균 575.6대 1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515.6대 1로 낮아졌다.

특히 7월말에 공모주 청약을 받은 기업 가운데 덕산테코피아는 청약 경쟁률이 약 2대 1에 그쳤고, 역시 비슷한 시기에 청약을 받은 코윈테크는 경쟁률이 0.5대 1로 배정 물량 중 미달 물량이 발생하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우리나라 증시는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낸 게 사실이고 공모주 시장도 침체된 분위기였다"며 "연내에는 몇몇 기업들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신규 상장 종목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스팩이나 성장 특례 기업처럼 상대적으로 손실이 제한적인 종목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여진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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