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이뉴스투데이DB]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이뉴스투데이DB]

[이뉴스투데이 이도희 기자] 올해 상반기 증권사들이 챙긴 순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가운데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실적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증권·선물회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증권사들의 순이익은 1조3842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까지 포함하면 올해 상반기 증권사들의 당기순이익은 총 2조849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7% 증가했다. 이는 사상 최대 기록이다.

액수도 기록적이지만 내실을 살펴보면 전통적인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만큼이나 IB 부문에서 큰 수익이 발생했다.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맞게 증권사들이 패러다임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중소형 증권사(자기자본 1조원 이하)의 실적 변동폭은 확대되고 있다.

증권가의 수익은 주식거래 위탁매매 모델에서 투자형 모델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수수료 수입에서 브로커리지 비중이 낮아지고 IB 비중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IB 부문에서 선전하고 있는 대형 증권사와 IB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형 증권사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실제 대신증권과 하이투자증권, 케이프투자증권의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가량 줄었다. 유안타증권과 유진투자증권도 순이익이 각각 37.5%, 29.1% 감소했다. 바로투자증권(-48.1%), 흥국증권(-36.1%) 등 자기 자본이 1000억원 미만인 소형 증권사의 순이익 하락세도 가팔랐다. 반면 BNK투자증권(431%)과 SK증권(218%), KTB투자증권(172%), 한양증권(101%) 등은 순이익이 2배 넘게 급증했다.

이는 대형 증권사들의 선전이 돋보이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의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소형사는 프로젝트파이낸생(PF) 및 기업공개(IPO) 시장, 인수·합병(M&A) 시장 등을 모색하며 새로운 전략을 짜고 있지만 하반기 증권업계 전망이 좋지 않아 실적을 낙관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압도적 자금력과 브랜드 파워를 갖춘 대형사들이 전방위 신시장 개척에 나설 경우, 틈새시장에서마저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중소형 증권사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업계는 앞으로도 양호한 수익성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나 대형사·중소형사 간 양극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향후 브로커리지 비중 축소 및 IB 관련 수익 증가 등 자본 투자형 모델에 근접한 대형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IB는 증권사들이 IPO나 인수금융 등 전통적인 기업금융을 넘어서 자기자본 투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투자자산의 재판매(셀다운)를 통한 수익 창출 또한 시도하고 있으며, 여기엔 초대형 IB들이 적극적으로 가세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유난히 증시 거래대금이 축소돼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위탁매매 분야에서 고전했다"며 "다만 이미 다수의 증권사가 사업의 중심을 IB 부문으로 옮겼고 IB 실적도 호조세라 전체적인 순익은 상승세"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위탁매매 비중이 높은 몇몇 증권사는 순익 감소를 면치 못했다"며 "증시 흐름에 실적이 좌우되지 않으려면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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