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LG전자는 8일 꽤 놀라운 TV광고를 냈다. 자사의 올레드 8K TV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광고로 이미지 광고 아닌 설명을 통해 직접적으로 우수성을 알린 광고였다. 

약 75초 분량의 이 광고영상에는 백라이트 없이 스스로 빛을 내 컬러를 만드는 LG 올레드 TV에 대해 △최소 3.85㎜ 두께로 종이처럼 얇아 벽에 착 붙일 수 있는 월페이퍼 디자인 △정확한 블랙 표현 △롤러블 TV에 이르는 진화까지 가능하다는 장점을 나열했다. 

이어 LED TV는 백라이트가 필요해 블랙 표현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고 컬러가 과장될 수 있으며 더 얇아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A, B, F, U, Q, K, S, T 등 앞 글자가 다른 LED TV도 백라이트가 필요한 LED TV이고 백라이트 없이 스스로 빛나는 유일한 TV는 올레드 TV라고 설명했다. 꽤 놀라운 장면은 바로 이 지점이었다. ‘LED TV’ 앞에 붙은 알파벳을 나열하는 과정에서 다른 알파벳보다 Q는 유독 길게 등장했다. 누가 봐도 삼성전자 QLED TV를 저격한 것이다. 

앞서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8K TV 경쟁을 앞두고 삼성전자의 QLED TV에 대한 지속적인 견제를 해왔다. 

권봉석 LG전자 MC/HE사업본부장(사장)은 “QLED와 OLED TV 차이는 LCD와 OLED 차이로 설명하는게 맞다”며 “LCD는 백라이트를 통해 영상을 만들지만 OLED는 픽셀 스스로 빛을 낸다. 때문에 LCD TV는 완벽한 블랙을 재생할 수 없다. OLED의 퍼펙트 블랙은 평가기관에서 완벽하다는 평가를 지속적으로 받았다”고 설명했다. 

강인병 LG디스플레이 부사장(최고기술책임자, CTO)도 “QLED TV는 엄밀히 말하면 LCD TV 백라이트 유닛에 QD 시트를 붙인 제품으로 LCD TV로 봐야 한다”며 “LCD는 자발광 디스플레이인 OLED와 달리 백라이트에 편광 필름을 부착한 것이기 때문에 검은색에서도 빛이 샐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기자들을 대상으로 올레드 TV의 우수성을 강조한 LG전자는 이를 TV광고로 제작해 본격적인 견제에 나선 것이다. 

비교 마케팅은 기업들 간에 흔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당장 미국만 해도 펩시콜라와 코카콜라, 버거킹과 맥도날드 등이 상대 기업을 견제하는 마케팅을 하며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줬다. 다만 한국에서는 이같은 마케팅이 낯선 탓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중 비교 마케팅을 먼저 한 기업은 삼성전자다. 2017년 삼성전자는 자사의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 OLED TV는 장시간 켜둘 경우 ‘번-인(Burn-in)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하며 QLED TV는 이같은 현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번-인 현상’은 화면을 오래 켜둘 경우 잔상이 남는 것을 말하며 OLED 패널에서 주로 지적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후 지속적으로 OLED TV와 비교하는 게시물을 올리자 LG전자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환경 속에서 국내 기업끼리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2017년 당시 삼성전자에게 얻어터졌던 LG전자가 이번에는 반격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LG전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8K TV 시장을 선점한 QLED TV를 견제하며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이같은 전략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다만 그럴 생각이었다면 그때 “우리끼리 이럴 필요 있냐”는 한숨은 쉬지 않는 것이 나을 뻔 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환경’이라는 말을 두고 2017년과 지금 중 언제가 더 치열하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지금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가전박람회 ‘IFA 2019’에서는 중국의 IT굴기에 따른 제품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중국의 TV기업인 TCL은 5G를 지원하는 8K LCD TV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TCL은 8K TV 중 가장 다양한 라인업을 확보했다. 이밖에 스카이워스와 하이센스, 콩카 등 중국 업체들도 일제히 8K TV를 공개했다. 특히 하이센스는 LG디스플레이의 크리스탈 사운드 올레드(CSO)를 따라한 100인치 디스플레이를 공개하기도 했다. 

LG전자의 절박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더 위협적인 적은 외부에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거세지고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출 규제로 산업계 전반에 대한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 절박한 시기에 LG전자가 ‘내부의 적’을 향해 총질하는 행위가 반드시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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