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H도크' 전경. [사진=현대중공업그룹]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H도크' 전경.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발주가 줄줄이 미뤄지면서 조선업계가 곤혹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어 같은 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천양지차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가 지난 2분기에도 기대한 실적을 내지 못하는 등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증권가에선 지금이야 말로 매수 타이밍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3사의 올해 상반기 수주 실적은 올해 목표액 320억7000만달러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의 실적은 49억890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40.5% 급감했다. 대우조선도 올해 목표 83억7000만달러의 36% 수준인 30억달러 수주에 그쳤다. 삼성중공업은 목표량 78억달러의 54%를 달성해 그나마 절반을 넘겼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목표는 높게 잡으면 좋다고 하지만 지난해 현대중공업은 너무 상향한 측면이 있다"며 "계획과 현실의 괴리가 커지는 만큼 경영전략에 착오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내년이면 흑자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도 미뤄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초 조선업계는 2020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로 선박 교체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발주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 7월까지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182만CGT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43%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주량 급감의 원인은 글로벌 경기 둔화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세계 1위의 국내 조선사들 입장에선 하반기로 예상했던 카타르 LNG 프로젝트 등 대규모 발주가 미뤄지고 있어 타격이 크다.

반면 증권가에선 이 같은 상황을 오히려 투자 기회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은 "카타르 LNG 프로젝트는 내년으로 연기됐지만 연말 예상되는 모잠비크 프로젝트와 함께, 최근 환율 상승으로 단가의 협의 가능 폭이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6개월 목표주가를 14만5000원으로 잡고 매수 유지 의견을 발표했다. 

국내 3사가 올해 수주 목표를 지난해 131억8000만달러 대비 21% 가량 올려 잡았음에도, 지난해 실제 수주 목표에 대비하면 82.9%의 수주를 달성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3사가 수주한 상선 71척 중 LNG선 11척을 제외한 60척 가운데 LNG추진선은 14척, 나머지는 스크러버 또는 스크러버 레디 물량"이라며 "저유황유와 고유황유 간의 스프레드 확대가 본격화되면서 노후 선박에 대한 교체 물량 증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IMO 2020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선사들은 기존선박에 황산화물 저감장치(스크러버)를 부착하거나, 저유황유를 사용하거나, LNG추진선으로 교체하는 세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노후 선박은 결국 LNG추진선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인 것이다.

실제 현재 전세계 바다에 떠 있는 선박 9만4000여척 가운데 선령 20년 이상인 선박은 3만9266척(41.5%)으로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다만 LNG선 발주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것은 머스크 등 대형선사들이 기존선의 선박은 저유황유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가 부르는게 값인 저유황유에만 의존해서는 해운업을 이끌어가기는 어렵지만, 기존의 선박 교체 비용도 만만치 않아 대형선사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며 "국내 업계가 이런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기대감에 취했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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