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열린 국회 법사위 인사청문회에서 관계자에게 자료를 넘겨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열린 국회 법사위 인사청문회에서 관계자에게 자료를 넘겨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 과정 중 한국투자증권 영등포PB의 한 펀드매니저가 연루되면서 여의도가 술렁이고 있다. 

증권가는 업무상 개인 자산을 관리해오던 펀드매니저에게 무슨 큰 잘못이 있었겠느냐며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오비이락(烏飛梨落)식의 조사가 불법가족펀드 운용이라는 본질을 흐리지는 않을까 노심초사다. 이런 가운데 조 후보자의 과거 해명으로 이 펀드매니저의 해당펀드 개입 사실까지 드러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6일 국회에서 법무장관후보 인사청문회가 열린 가운데, 조국 후보자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가 재산 관리인격인 한투증권 영등포PB 펀드매니저 김모씨를 통한 PC 증거인멸 시도 의혹에 대해 조 후보자가 입을 열었다.

조 후보는 외부반출 의혹을 제기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제 처가 언론 취재 등 난감한 상태로 영주에 있는 PC 내용을 봐서 점검을 해야 하는데 출근할 수 없는 조건이라 가져갔다"고 답변했다. 

조 후보자 재산관리를 돕는 한국투자증권 직원이 정 교수와 동행한 이유와 관련 "연구실에 출근할 수가 없는 난감한 상태라 자기 연구실에 있는 PC 내용을 봐야 했다"며 "몸이 좋지 않아 한투 직원이 운전했으며, 처는 부산으로 갔다. 돌아올 때까지 (직원 김씨에게) 가지고 있으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 교수와 김씨가 사건의 핵심 증거물인 PC를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반출한 것은 증거인멸 시도로 처벌될 수 있다. 검찰은 한국투자증권 영등포PB센터를 압수수색할 당시에 발부한 영장에도 증거인멸 혐의가 담겨, 혹시나 업계에까지 불똥이 튀지 않을까하는 증권사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우선 사모펀드 전문가들은 조 후보자의 블라인드 방식의 가족펀드 블루코어밸류1호 운영 구조 자체가 불법인데 주식 자산을 관리해오다 이체를 실행한 프라이빗 뱅커가 무슨 개연성이 있겠느냐는 반응이다.

국회에 제출된 공직후보자 재산변동사항 신고서에 따르면 정 교수는 18개 금융회사에 예금을 맡기고 있는데 한국투자증권에만 13억4666원의 예금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의 총 예금액은 27억400만원 가량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간 계좌 이체로 생각하는 것이 쉽다"며 "고객이 돈을 다른 상품으로 옮기는데 금융사는 전혀 개입하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7월 블루코어밸류업1호 펀드에 정 교수의 계좌에서 얼마가 이체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조 후보자 딸은 한투 계좌에 있던 5000만원을 이체해 투자했고, 아들은 정 교수로부터 5000만원을 증여받은 뒤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미심쩍은 부분은 여전히 있다. 블루코어밸류1호 투자 당시 조 후보자 가족이 김씨와 같은 영등포PB센터에서 지점에서 근무 중인 펀드매니저로부터 조언을 받았다는 증언 때문이다.

조 후보자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사모펀드에 어떻게 투자했느냐'는 질문에 "저희 집안에서 한 명뿐인 주식 전문가인 5촌 조카에게 물어봤는데 괜찮다고 했고, 원래 거래하던 펀드매니저도 수익률이 높다고 해서 그 펀드에 돈을 넣었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조사중인 김씨가 바로 조 후보자가 언급한 펀드매니저와 동일인인 것으로 드러나, 투자 방침도 정해지지 않은 블라인드 펀드인 블루코어밸류에 한투직원 김씨가 시작전부터 참여한 것이 아니냐는 추가적인 의혹이 일고 있다.
  
조 후보자는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저는 물론 제 처도 사모펀드 구성, 운영 등 과정을 알 수 없었다. 따라서 관여도 안 했다"며 모든 불법적 사실과 자신은 관계가 없다고 말해왔다. 해당 사모펀드 운용업체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가 '웰스씨앤티'라는 기업에 투자한 사실을 자신은 절대로 몰랐다는 주장이다. 

또 그러면서 '본 사모펀드는 방침상 투자 대상에 대해 알려드릴 수 없음'이라 적힌 펀드 운용보고서 내용까지 공개하면서 "어디에 투자하는지 알려주면 불법"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그렇지만 자본시장법상 운용사가 비밀리에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 오히려 불법이다.

블라인드 펀드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서 투자할 기업을 아직 정하지 못했거나 공개하기 껄끄러운 상태에서 투자자를 모집하는 경우에 사용되는 상품 유혀이다. 쉽게 말해 초기 투자시 문서화된 투자방침이 없어 운용사가 추후에 임의적으로 운용 가능한 상품이다.

다만 자본시장법상 자산운용사가 판매사(증권회사 등)의 운용지시를 토대로 펀드를 만들고 운용(펀드 편입 종목선정·매매 등)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 이를 불법펀드인 블루코어밸류업1호에 대입하면, 자산운용사(코링크PE)는 형식적인 운용자일 뿐 실제로는 윗선(조 후보자 일가)의 입김에 따르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아울러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투자한 기업의 재무제표 등 운영 및 재산에 관한 사항을 6개월에 1회 이상 투자자에게 설명해야 하고 해당 설명에 대한 내용을 기록하고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자본시장법 전공의 한 교수는 "영원히 블라인드 밖에서 모른 척하고 싶은 것이 조 후보자 심경이겠지만 이미 블라인드 한 가운데 서 있는 현실을 모르는 것 같다"며 "펀드 문외한이라는 자신의 진술에 더해 법률 문외한은 아닌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런 가운데 조국 파동은 금융업계 전체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코링크PE가 지난달 코스닥상장사 더블유에프엠(WFM) 주식 전량을 담보로 수십억원을 대출한 것으로 드러난 상상인인더스트리 계열사 주들이 동반 급락세다. 오후 1시 50분 기준 코스닥 시장에서 상상인인더스트리는 전 거래일보다 1165원(25.33%) 떨어진 3435원으로 추락해 팔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를 비롯한 기업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만 부각되는 측면이 강해 자본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특정 투자 상품이 문제라면 그것을 중심으로 어떤 불법적인 일들이 있었느냐를 하루 빨리 밝혀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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