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마 사이언스] 페니와이즈와 조커,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공포증’의 실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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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마 사이언스] 페니와이즈와 조커,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공포증’의 실체는?
‘광대공포증’ 모티브 한 영화 ‘그것: 두 번째 이야기’, ‘조커’ 개봉
두려움 자극하는 공포영화, 두려움 극복하는 히어로영화 ‘눈길’
  • 여용준 기자
  • 승인 2019.09.07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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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공포증에서 나아가 트라우마 자체에 대해 다룬 영화 '그것:두 번째 이야기'.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는 브루스 웨인(크리스천 베일)이 지하감옥에서 탈출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감옥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부러진 계단을 뛰어서 건너야 하지만 대부분 이 단계에서 실패한다. 브루스 웨인은 “나는 두려움이 없다”고 말하지만 지하감옥의 맹인 노인은 “두려움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두려움(공포), 살려고 하는 의지는 더 강한 힘을 주기 때문이다. 죽음이 두려워야 더 치열하게 살려고 발버둥 친다는 의미다. 

공포는 때로 인간에게 좋은 자극제가 된다. 잠깐의 공포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일은 카타르시스를 준다. 흔히 여름에 공포영화를 보면 시원하다는 것도 이런 의미다. 

다만 공포는 찰나에 왔다가 사라져야 한다. 오랫동안 눌러앉은 공포는 공포증(Phobia)가 돼서 일상생활을 방해한다. 공포증은 그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병’의 일종이다.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그와 관련된 영화를 피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뾰족한 것에 대한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할로윈’을 피해야 하는 것과 같다. 

4일 개봉한 영화 ‘그것: 두 번째 이야기’와 다음 달 개봉을 앞둔 영화 ‘조커’는 미국인들에게 흔히 있는 광대공포증을 제대로 자극한 영화다. 광대의 형상을 한 괴물과 광대의 모습을 한 악당은 웃음을 주는 광대와 괴물, 악당의 아이러니가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묘한 공포를 준다. 

미국 영화에 자주 등장하지만 아이의 생일파티를 할 때면 고용된 광대가 와서 풍선쇼나 공연 등을 보여준다. 이때 일부 아이들은 광대의 과장된 분장과 웃음에 공포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광대공포증은 미국인에게 국한된 특수한 경우지만 조커나 페니와이즈(‘그것’의 괴물)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빌런’이다. 

어쩌면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광대'일지도 모를 '다크나이트'의 조커.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이처럼 영화나 소설에서는 사람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공포증’을 활용해 극적 재미를 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다면 공포증은 어떤 원리에 의해 생기는 것일까?

우리의 뇌는 분노나 슬픔, 두려움을 느낄 때 편도체(amygdala)가 활성화된다. 편도체엔 해마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 감정을 유발할 기억이 저장되기에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공포증, 트라우마를 유발하기도 한다.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이 위축된다. 이는 전전두엽에 위치한 부위로 인간의 사고(또는 사유)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이 부위가 위축되면 인간은 그에 대한 올바른 사고를 하지 못한다.

공포증이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마에 저장된 외상기억과 관련된 자극을 자주 수용해 그로 인한 생리적 영향을 둔하게 하거나 심리적으로 그 외상 기억을 합리화시키거나 대체해 그 자극이 다시 찾아와도 겁에 질리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조류를 무서워하는 사람을 양계장에 데려가서 조류에 익숙해지도록 하거나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을 높은 곳에 데려가는 방식이다. 꽤 극단적이긴 하지만 이는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앞서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언급했지만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되는 과정에서도 이같은 치료법이 등장한다. 시리즈의 전편인 ‘배트맨 비긴즈’에는 박쥐와 동굴을 두려워했던 어린 브루스 웨인이 사고로 마른 우물에 빠지는데 거기서 박쥐떼를 만나게 되고 박쥐와 친숙해지는 장면이 있다. 

‘스파이더맨:파프롬홈’에서도 피터 파커(톰 홀랜드)는 영웅의 책임감과 죽음의 두려움에 짓눌려있고 악당은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두려움에 도망치던 피터는 기어이 이를 이겨내고 악당과 정면 승부를 펼친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미국군인의 트라우마를 다룬 영화 '야곱의 사다리'. 

공포증과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이야기는 영웅담에 필수적인 조건이다. ‘그것’에서도 광대공포증을 극복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영화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공포영화를 보는 일은 우리 스스로를 영웅이라고 만드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어릴 적 나는 어두운 곳과 엘리베이터, 거울을 무서워했다. 밤에 엘리베이터에 혼자 타서 거울을 보는 일은 최악의 경험이었다. 여기에 공포영화도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로 겁이 많은 편이었으나 어떤 계기로 이런 두려움들은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었다. 

높은 곳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이를 극복할 수 있다면 더 많은 곳을 보고 느낄 수 있다. 폐쇄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첨단공포증을 극복하면 더 과감해질 수 있다. 광대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면 이미지에 현혹되지 않고 객관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 나 역시 어둠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낸 덕분에 활동반경이 더 넓어졌다. 

공포증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에 제약을 건다. 우리가 하늘을 날거나 초인적인 힘을 가질 순 없지만 공포증을 이겨낼 수 있다면 할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이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그건 히어로와 다를 바 없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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