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회장(가운데) 임원들의 길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현주 회장(가운데) 임원들의 길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미래에셋대우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박현주 그룹 회장이 던진 '두번째 한 수'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4일 이번 아시아나항공 예비 입찰에 참여한 것이 대해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직접 운영하기보다는 인수합병 과정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재무적투자(FI)"라며 "금융투자회사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율 31.0%·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식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예비입찰 기업은 비공개이지만 애경그룹, 미래에셋대우-HDC현대산업개발, 강성부펀드(KCGI) 3곳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연 이들 가운데 미래에셋대우-HDC현대산업개발이 승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우세하다. 자금력 측면에서 가장 우위에 있으며, M&A 제왕으로 통하는 박 회장이 작심한 이상 그를 넘어설 전략가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먼저 지금까지 미래에셋이 사실상 전주 역할을 해온 KCGI가 미래에셋과 동등한 위치의 FI 플레이어를 자처한다는 점이 가강 눈길을 끈다. 금호산업 측과 채권단은 FI 단독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결국 본 입찰이 예정된 11월까지 깜짝 후보가 추가로 나올 것이라는 그림이 그려진다.

이 결과 미래에셋대우 주도 컨소시엄과 KCGI 주도 컨소시엄간의 1대1 대결 구도로 전개될 경우, 자본권력을 내세운 박 회장을 상대로 일개 행동주의 사모펀드가 이길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분석이다.  

KCGI는 지난 6월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전에서도 박 회장에게 물을 먹은 경험이 있다. 지난 6월 한진그룹의 경영권이 위기에 처했을 때 미래에셋대우는 만기가 도래하는 KCGI의 한진칼 지분 담보대출 200억원에 대해 만기 연장 없이 전액 상환을 요구한 바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경영권 승계 컨설팅과 관계가 없는 투자 계획 변경"이라고 설명했지만, 자본권력을 내세워 게임에서 빠지도록 만드는 압박 전술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해석이다. 

즉 이번 미래에셋의 인수전 참가가 과거 KCGI를 통해 항공업에 간접투자하던 방식에서 직접투자 쪽으로 방향을 바꾼 박 회장의 결단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게임 지배자 위치에 있는 박 회장이 '어떤 베팅'을 던질 것인지도 관심사다.

지난 2015년 KDB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박 회장은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2조4000억원대 응찰액을 제시하며 2조원을 제시한 한국투자증권과 KB금융지주 쉽게 물리친 전력이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에는 통큰 배팅으로 자신보다 덩치큰 기업을 이긴 경우지만 이번 게임에선 박 회장이 최강자다"며 "부정적인 분위기를 유도하면서 제시되는 것들보다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게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항공업황 침체와 함께 아시아나항공이 지나치게 고평가된 것으로 보는 시장의 분위기도 박 회장의 우군이 될 전망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대외 환경과 우발채무 등을 감안할 때 아시아나의 빚이 10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던 인수가격도 1조원대로 내려갈 공산이 크다. 2조 5천억을 예상했던 산업은행 역시 이번 예비입찰 결과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예비입찰에 참여 기업이 없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지금 채권단이 뭐라고 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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