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이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8월 소비자 물가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이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8월 소비자 물가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국내 경제가 디플레이션(상품·서비스 가격의 전반적 하락)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마이너스 물가가 공급 측면에서의 일시적 요인에 기인한다며 수요 둔화로 물가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수요 측면의 물가 압력 약화와 저물가 장기화를 우려하면서 소비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대비 0.04% 하락해 1965년 통계집계 후 첫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물가상승률을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하기 때문에 공식 물가상승률은 0.0%지만, 소비자물가지수(2015년=100 기준)는 지난해 8월 104.85에서 올 8월 104.81로 하락해 0.04%(0.038%) 떨어졌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는 1월 0.8%를 기록한 이후 계속 1%를 밑돌다가 사실상 마이너스로 주저앉았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보 수출규제 등 대외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경기 하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날 나온 소비자물가 지표는 우리 경제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 걸쳐 일정 기간 지속해서 0% 아래로 하락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물가상승률이 2년 이상 마이너스를 보이는 경우를 디플레이션으로 규정한다.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총체적인 수요의 급격한 감소에 의해 디플레이션이 초래되면 경기는 침체에 빠질 수 있다.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자나 기업은 소비와 투자지출을 더 줄이기 때문에 생산된 상품은 팔리지 않고, 상품의 재고가 급증하면 생산자는 가격을 낮추고 생산을 줄여 경기가 악화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은은 이번 저물가 상황이 수요측 요인보다는 공급측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며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왼쪽에서 첫 번째)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정책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우리나라의 저물가 상황은 수요측 요인보다는 공급측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물가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최근 국제유가 하락, 유류세 인하와 교육복지 확대 등 정부 정책 영향으로 물가흐름이 상당히 낮아진 상황에서 이번달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소비자물가가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성장세 약화를 우려해 이미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데 이어 내년도 514조원에 달하는 '슈퍼예산'을 편성하며 적극적인 재정 확장에 나선 상태다.

한은은 지난 7월 올해 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 1분기 역(逆)성장의 기저효과가 깔린 2분기 성장률(1.0%)에 이어 3·4분기에 0.9∼1.0%씩 성장해야 도달할 수 있는 수치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일본의 수출규제 이슈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내외 경제에 불확실성이 산재해 하반기 경제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하반기 경제에 하방 위험이 커진 점을 고려하면 2%대 성장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 GDP 잠정치가 하향조정되면서 올해 성장률이 2%를 달성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물가 하락도 시장에선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경제지표 발표로 10∼11월 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확신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식적 지표 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되면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공급 측면 요인이 주된 요인이라도 폭이 크거나 지속한다면 디플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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