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e여행] 가을풍광을 더 멋스럽게 하는 정자기행 5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푸른 하늘과 살랑이는 바람이 기분 좋은 가을을 동시에 즐기기에는 정자가 제격이다. 옛 선비들이 괜히 이곳에서 풍류를 즐겼던 것이 아니다.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여유롭게 힐링하며 초가을 아름다움을 담을 정자가 있는 걷기 코스를 ‘9월 걷기여행길’로 선정했다.

△함양 선비문화탐방로 01코스 △해파랑길 46코스 △평화누리길 08코스 반구정길 △담양오방길 05코스 누정길 △예천 금당실길을 거닐다가 가장 풍광 좋은 곳에 자리한 정자에서 쉬어가는 것도 좋겠다.

정자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개인 차이가 있기에, 이번달 걷기 좋은 길 정보에서 제시하는 소요시간은 이를 감안하지 않았다.

◇팔담팔정, 경남 함양 선비문화탐방로 01코스

함양 남덕유산 자락의 화림동 계곡은 함양 8경 중 하나다. 선비문화탐방로 01코스는 화림동 계곡의 수려한 경관을 따라 6km 정도 이어진 길이다. 옛 선비들이 정자를 짓고 자연을 벗삼아 풍류를 읊던 길을 따라가 보는 코스다.

예부터 8개 못과 8개 정자가 있다고 해 ‘팔담팔정’으로 이름났던 화림동 계곡은 현재 거연정, 군자정, 동호정, 농월정 등 7개 정자가 남아 있다.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고 반석과 정자가 많아 쉬엄쉬엄 걷기 좋다.

ㅇ코스경로: 거연정~군자정~영귀정~다곡교~동호정~호성마을~경모정~람천정~황암사~농월정

ㅇ거리: 6km, 1시간 30분

ㅇ난이도: 보통

◇청간정·천학정, 강원도 고성 해팡랑길 46코스

동해안 해파랑길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북쪽길’을 연상하게 한다. 부산에서 고성까지 약 770km 길이(산티아고 800km)와 푸른 바다를 벗삼아 걸을 수 있는 서정적 풍경 또한 똑 닮아있다.

해파랑길 46코스는 속초 장사항에서 출발해 푸른 해변과 숲, 절경에 위치한 청간정·천학정으로 이어진다. 해안길을 따라 문화유적지와 울창한 소나무 숲, 해안 절벽을 만날 수 있으며, 고성 문암항 길에서는 곳곳에 그려진 벽화 감상도 가능하다.

ㅇ코스경로: 장사항~청간정~천학정~능파대~삼포해변

ㅇ거리: 15km, 5시간

ㅇ난이도: 쉬움

◇반구정·화석정, 경기 파주 평화누리길 8코스 반구정길

파주 평화누리길 8코스 반구정길은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방촌 황희와 율곡 이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길이다.

황희 선생이 갈매기를 벗삼아 여생을 보냈다는 정자 반구정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평화롭다. 다정한 시골길을 지나 장산전망대에 오르면 탁 트인 북녘 풍경과 마주한다.

이이 선생이 제자들과 시를 지었다는 화석정에선 왕을 향한 일화가 전해져오는데 이곳 역시 유유한 임진강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율곡습지공원에 이르면 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식물들 사이로 천천히 산책하기 좋다.

ㅇ코스경로: 반구정~임진강역~장산전망대~화석정~율곡습지공원

ㅇ거리: 13km, 3시간 40분

ㅇ난이도 : 보통

◇병암정, 경북 예천군 예천 십승지지 금당실길

‘산 좋고 물 맑은 마을’, ‘물 위에 활짝 핀 연꽃 꽃술 아래 소담하게 자리잡은 마을’.

정감록에서 경상북도 예천군 용문면 금당실 마을을 소개하는 말들이다. 이런 수식어가 붙은 금당실 마을 중심에는 지금 날씨에 걷기 좋은 길이 있다.

금당실길은 병풍바위 위에 그림처럼 올라앉은 병암정을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좋다. 금당실 마을 서쪽으로 흐르는 금곡천을 따라 걷다보면 금당실 마을로 접어드는데 마을 외곽을 두르고 있는 솔숲은 금당실 마을의 보물 같은 곳이다. 금당실 마을 앞 벌판 건너에는 예천 권씨 초간종택(조선 전기 주택)이 있으며, 걸음 끝에서 만나게 되는 초간정 원림은 명승 제51호로 지정되어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ㅇ코스경로: 용문면 하금곡 버스정류장~병암정~용문면사무소~금당실 마을~금곡서원~금당실 송림~예천 권씨 초간종택~초간정~용문면 원류(초간정) 버스정류장

ㅇ거리: 8km, 2시간 30분

ㅇ난이도: 쉬움

◇봉황노인정·식영정, 담양 오방길 05코스 누정길

무등산 자락의 담양은 정자와 원림과 별서가 많다. 정계로 나갔다가 벼슬에서 물러나거나 조선시대를 뒤흔들었던 온갖 당파싸움에서 밀려난 이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곳곳에 정자와 원림을 세우고 자연에 묻혀 여생을 보내던 곳이다. 이곳은 한거와 은둔의 땅이며, 학문과 세상사에 대한 토론과 문학이 꽃핀 땅이기도 하다.

면앙정과 송강정, 명옥헌, 식영정, 소쇄원 등 영산강과 그 지류, 무등산 자락에 흩어져 있는 이들 정자와 원림은 정자문화권을 이뤘고, 여기서 가사문학이 태동했다.

담양 오방길 05코스 ‘누정길’은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한거와 은둔, 토론의 공간이던 이들 정자와 원림을 거쳐가는 길이다. 붉은 배롱나무꽃, 소나무와 대숲의 푸름이 어우러진 이 길은 전체 32km로 하루에 걷기가 벅차다.

따라서 고서면 산덕마을 입구에서 출발해 명옥헌 원림과 광주호, 식영정, 환벽당을 거쳐 소쇄원까지 가는 후반부 코스를 추천한다.

ㅇ코스경로: 산덕마을 입구→명옥헌원림→봉황노인정→수남학구당→광주호→식영정→가사문학관→환벽당→광주호 호수생태원→소쇄원

ㅇ거리: 7.7km, 2시간 30분

ㅇ 난이도 : 보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