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KDB산업은행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옹호하다 곤란한 처지가 됐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한국전력공사의 손실이 제1대 주주인 산은의 재무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쳐, 이동걸 회장이 '한전 적자 감추기'를 해온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한전의 손실이 커지면서 산은의 자기자본비율(BIS)도 하락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하반기부터 탈원전에 따른 산은의 연결손실은 총 7700억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 산은이 STX조선해양과 한국지엠과 구조조정에 투입한 손실 부담금 5460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이어서, 그동안 이들 기업에 책임을 떠넘기며 '탈원전 방어론'을 펼쳐온 이 회장의 주장은 엉터리란 얘기다.

지난해 상반기 한전은 1조1691억원의 순손실을 봤다. 당시 지분법에 따라 산은이 입은 손실은 3846억원으로 정부에 1조원 규모의 증자를 요청했다. 

이와 관련 자유한국당이 관련 예산 승인을 거부하자, 이 회장은 "부실기업은 모두 전 정부가 4~5년 전 무턱대고 떠맡긴 것"이라면서 오히려 덮어씌운 바 있다.

정부측에 산은이 1조원대 증자를 요청한 시점은 지난 7월이었다. 당시 한수원은 공사 진행중인 신한울 3·4호기에 대해서는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않고 1327억원을 장부상 손실로 처리했다. 원자력계에선 이에 따른 매몰 비용이 64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본다. 결국 당시 산은측 대응은 '탈원전 적자 감추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판단으로 손실 책임을 A에 붙였다 B에 붙였다 하며 재무상태를 왜곡하는 사례"라며 "KDB생명을 사지 말았어야 할 물건으로 찍어버리고 매각에 급급해하는 것도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구조조정에 따른 부담과 정책실패에 따는 손실은 명백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산은 내부에서 작성한 한국전력 손익 반영에 따른 BIS비율 변동 현황을 보면 이 같은 정황은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자료에 따르면 2015년의 경우 한전 이익 13조2000억원 가운데 산은 연결 손익 5조원이 반영돼 산은의 BIS비율이 1.37%포인트 상승했다. 2016년에는 2조3000억원 연결이익 반영으로 산은 BIS비율은 0.64%포인트 올랐다. 2017년 상반기에도 0.11%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2017년 하반기부터 산은 연결이익은 40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13배 가량 급격하게 줄면서 BIS비율 효과도 0.02%포인트로 급락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4000억원의 연결손실에 따른 BIS비율 효과가 –0.16%포인트로 마이너스 전환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4000억원의 연결손실에 따라 –0.14%포인트로 나타났다.

결국 한전은 올해 상반기 손실만 1조 2000억원에 달해 6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손실 1조 3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현 추세대로면 산은 연결손실에 따른 산은 BIS비율 하락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BIS비율이 올 1분기 기준 14.91% 수준이다.

현재 바젤Ⅲ의 BIS비율 권고기준은 13%이나 국제통화기금(IMF)은 경제위기 발생시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15%를 권고하고 있으며 국내 주요 시중은행은 1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국책은행인 산은의 BIS비율이 15% 이하로 하락할 경우 조달비용 상승에 따른 혁신 중소·중견기업 대한 자금지원 조건이 악화된다. 아울러 외화채발행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연쇄효과로 국내은행과 공공기관 외화조달에 악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까지 안이하게 생각한다는 점이 문제다. 은 후보자는 지난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러다가 '13%까지 떨어지면 어떡하느냐'는 김선동 의원의 질문에 "금융권에선 BIS비율이 높으면 일을 안하고 있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며 "12%정도 되면 적정하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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