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오전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에서 '필승 코리아 펀드'에 가입한 뒤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오전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에서 '필승 코리아 펀드'에 가입한 뒤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을 이기기 위한 것이면) 손실을 감당할 수 있다"면서 5000만원을 투자한 '애국 테마주 펀드'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정부여당의 주요 인사들까지 같은 펀드 사기에 팔을 걷어부쳤지만, 전문가들은 정상적인 투자와는 거리가 멀다는 목소리다. 오히려 전체 주식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특정 종목 편애에, 이런 식의 투자권유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2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금융개혁 입법을 주도하며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 대통령에 이어 투자 대열에 가담했다. 

민 의원은 이날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 국회의원'으로 선정되면서 받은 상금을 모두 '필승 코리아' 펀드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당 김병욱 의원도 이 펀드 가입했다. 이밖에 김경수 경남도지사,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가입해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지원사격도 이어지고 있다.

주식형 펀드인 'NH-아문디 필승코리아'가 그 주인공이다. NH투자증권이 지난 14일부터 판매하는 상품으로 부품·소재·장비 관련 기업이나 글로벌 경쟁력과 성장성을 갖춘 국내 기업에 주로 투자된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어려움을 경쟁력 강화로 슬기롭게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온 상품으로, 대통령까지 홍보에 앞장서면서 우선 자금 몰이는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상적인 투자자라면 피해야할 위험성이 높은 상품이라는 것이 증권가의 중론이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조치 발표 이후 증권가는 코스피 지수가 2010선에 머물 것이라고 장담해왔지만, 대내외적 악재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한국에 대한 투자 자체를 위험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져 코스피는 한달째 1950선 밑을 맴돌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에만 2조3567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9일까지 13거래일 연속 팔아치우기기도 했다. 반면 관심을 가지고 사들인 종목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실적이 기대되는 삼성SDI와 금융·통신사업자인 카카오가 전부다. 

내달 들어서도 국내증시에서 외국인의 자본유출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이미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장단기 국채금리가 역전된 데 따른 '경기침체(R)의 공포'가 외국인의 자금 이탈을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금융투자업계선 '손실을 감당할 수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딱히 성장이 기대되는 주요업종이 안보이는 상황에서 정부의 밀어주기에 따른 몇몇 수혜주만 거론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배영훈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도 상품 출시에 앞서 "애국심에만 호소해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며 위험자산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노력한 바 있다. 동시에 내부적으로도 펀드 수익률 제고를 위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대형주도 담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통령의 애국 발언이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또 바이오업종을 중심으로 코스닥 시장의 한 축을 지탱해온 코스닥벤처펀드 설정액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특정 업종 중심으로 구성된 '애국 테마주 펀드' 사기 운동은 편애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코스닥벤처펀드 설정액은 최근 1개월 기준 112억원 감소했고, 연초 대비 1872억원이나 줄어든 상황이다. 

증권사 판매담당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펀드를 추천할 때 고객들에게 투자의 위험성부터 알리는 것이 기본적 의무사항"이라며 "대통령의 심경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실제 투자자들은 원치않는 재산상의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점도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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