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개봉을 앞둔 영화 '터미네이터:다크페이트'. [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얼마전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간호학과 다녀보고 느낀 결론’이라는 말이 유머처럼 돌아다녔다. 이 학생의 결론을 요약하자면 인간은 참 자주 아프고 몸은 연약하지만 그리 쉽게 죽지는 않는다는 내용이다. 

인간의 몸은 참 연약해 보인다. 3~40년 쓴 것 같은데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고 고장이 난다. 앞으로 최소 50년 이상 더 써야 하는데 이렇게 고장이 나서 더 쓸 수 있을지 고민이 생긴다. 그러다 살아보면 더 고장은 나지만 50년 넘게 꾸역꾸역 사용이 가능하다. 그래서 인간의 몸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더 과학적이고 정교한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로봇이나 안드로이드(인조인간)가 인간과 똑같이 생긴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일 수 있다. ‘터미네이터’나 ‘엑스 마키나’ 등 유명한 SF영화에서 로봇은 언젠나 인간과 똑같이 생겼다. 심지어 ‘블레이드 러너’에서는 인간과 안드로이드가 구분이 되지 않는 사회도 등장한다. 

'블레이드 러너 2049'. [사진=소니픽쳐스 코리아]

안드로이드나 로봇을 이와 같이 표현한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인류의 과학기술이 결국 갈망하는 최종목표는 인간을 만드는 것임을 의미한다. 또 여기서 더 나아가 인간을 뛰어넘는 로봇을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게 다뤄진다.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해서는 인간보다 뛰어난 로봇이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이 로봇은 결국 자아를 찾게 되고 인간을 없앤 뒤 자신들의 영역을 찾으려 한다. 이때 인간과 로봇은 전쟁을 벌인다. ‘매트릭스’나 ‘터미네이터’에 등장한 로봇과 인공지능은 인간을 닮았지만 인간보다 우월한 개체들이다. 

영화 속 로봇은 어떤 형태로든 인간성에 대해 표현하고 있다. 인간과 같은 외모를 하고 있거나 인간보다 우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어떤 형태로건 인간을 대체할 수 없고 인간과 같아질 수 없다. 인간과 닮아있거나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을 만드는 일은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인간이 이렇게 만들기 어려운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계에서는 인간을 모사하려는 여러 가지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이 시도는 인체의 우수성을 활용해 더 유용한 기계를 만드려는 목적이기도 하며 인간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드려는 것도 있다. 

생체 근육과 인공 근육의 고유수용기 비교. [사진=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생체 근육과 인공 근육의 고유수용기 비교. [사진=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최근 박용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팀은 생체 근육의 고유수용 감각기관을 모사한 소프트 센서가 내장된 인공근육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로 로봇의 근육 단위 제어가 가능해져 사람이나 동물과 유사하게 움직이는 소프트 로봇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또 김태송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원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 연구단장 연구팀은 유연규 국민대 화학과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반도체의 주된 재료인 실리콘 기판 위에 수만 개 이상의 3차원 인공세포막을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로 사람의 후각만큼 정교하고 예민하게 냄새를 잡을 수 있는 센서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이밖에 이 인공세포막 표면에 이온 채널 단백질을 결합해 특정 조건을 감지하면 이온 채널이 열리고 신호를 발생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이온 채널은 생체막을 관통하는 구멍을 형성해 생체막 내외의 이온을 통과시키는 단백질 분자를 말한다. 예를 들어 후각세포의 경우 특정 이온이 채널을 통과해 전기신호를 만들면 뇌에서 냄새를 인식한다.

김태송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반도체 기판 위에 고정된 3D 인공 세포 집합체에 실제 개 코의 후각세포와 기능을 그대로 적용했다”며 “마약이나 폭발물 같은 특정 물질을 인식하는 인공 개 코를 포함한 우수한 인공 오감 센싱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지난주 ‘씨네마 사이언스’에서도 언급했지만 로봇의 효율적 동작을 위해서는 근육의 움직임을 모사할 필요가 있다.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근육의 움직임을 모사하기 어렵기 때문에 로봇은 인간보다 부자연스런 움직임을 보인다. 이를 극복할 수 있다면 정말 ‘블레이드 러너’처럼 인간과 똑같은 안드로이드를 만날 수 있다. 

인체를 모사하는 것에 대해 종교적으로 접근하자면 신의 영역에 저항하는 인간의 본성을 말한다. 고대 신화에서 인간은 언제나 신에게 저항했고 신을 원망했다. 다시 말해 신의 영역에 다다르기를 바라는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가 신의 영역에 꽤 근접했다고 믿는다.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을 만들었고 로봇은 두 발로 걷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인체의 감각기관을 모사할 수 있는 반도체를 만들었고 인공 근육과 장기까지 만들었다. 이 정도면 인체 하나 정도는 만들 수 있을거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인체는 여전히 놀라운 원리를 가지고 있다. 인간이 신의 영역을 따라잡으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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