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정비업체에 ‘공임비 후려치기’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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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정비업체에 ‘공임비 후려치기’ 여전
차량 수리 시 정비대금 5~17% 자체 삭감해 지급…절차 미이행 등 제멋대로
서울시·중기부, ‘선 사정 후 정비’ 협약 추진…“법·제도적 기준 마련 시급”
  • 고선호 기자
  • 승인 2019.08.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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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의 한 원동기정비소에서 차량 엔진을 정비하고 있다. [사진=고선호 기자]
서울 소재의 한 원동기정비소에서 차량 엔진을 정비하고 있다. [사진=고선호 기자]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차량 보험수리 시 합리적 근거 없이 수리비용 청구액을 감액하는 손보사들의 일명 ‘공임비 후려치기’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손보사의 경우 수개월간 공임비·부품대금 지급을 미뤄오면서 중소 정비업체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23일 자동차정비업계에 따르면 차량 정비 시 정비대금을 제대로 주지 않고 5%에서 17%까지 차감해 지급하는 관행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자동차 보험수리비는 실손보험처럼 고객이 수리비를 결제하고 이를 보험사에 청구해 받되, 적정 수리비 산정은 독립기관인 손해사정사들이 하도록 명시돼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뿐 아니라 사법부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정비사업자와 보험사는 관계가 없으며, 정비사업자는 소비자와 채권채무 관계만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손보사들은 정비사업자들과 임의 약정(단가계약)을 맺고 자사 출자사 손해사정법인을 통해 이른바 단가 후려치기, 임의삭감 등의 행태를 벌여오면서 중소 자동차정비업체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에 접수된 피해사례를 살펴보면, A보험사의 경우 청구액을 별도의 손해사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5%의 할인을 자체 적용해 46만1170원을 정비소에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20일 이 같은 손보사들의 갑질 행태와 관련, 정비업계와의 논의를 위해 ‘제2차 자동차부품서비스위원회’를 개최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20일 이 같은 손보사들의 갑질 행태와 관련, 정비업계와의 논의를 위해 ‘제2차 자동차부품서비스위원회’를 개최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또 지난 2016년 제주지역에서는 B보험사가 정비업체에 기존 공임비 보다 40%나 적은 시간당 2만4700원의 지급단가를 일방적으로 제시하면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나서 2015년 12월 정비업체와 손보사 간 ‘보험정비요금 개선 협약’이 체결되기도 했으나, 손보사의 미온적 태도로 사실상 무산된 바 있다.

서울 강서의 한 정비업체 대표는 “공임이라는 개념 자체가 법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어 정비공장 마다 시설투자비, 인건비, 브랜드 등에 따라 공임비가 다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같은 수리공정에 대해서도 손보사들 마다 할인 비율이 다르고 이마저도 업체와 협의되지 않은 채 진행된다. 이는 1·2년 지속돼 온 것이 아닌 수 십 년째 이어져온 ‘갑질’”이라고 토로했다.

정부 역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손보사와 정비사업자 간 이 같은 정비요금 분쟁 방지를 위해 표준작업시간과 공임 등이 반영된 적정 정비요금을 발표해 왔지만, 2010년 이후부터는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손보사들이 명확한 기준 없이 공임비를 자체적으로 삭감해 지급하면서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은 엔진교체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차량의 모습. [사진=고선호 기자]
일부 손보사들이 명확한 기준 없이 공임비를 자체적으로 삭감해 지급하면서 물의를 빚고 있다. 사진은 엔진교체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차량의 모습. [사진=고선호 기자]

이에 정비업계는 물가·임금 인상 등 작업환경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음에도 불구, 현장에선 과거 기준이 적용되고 있어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최근 서울시에서는 이 같은 손보사의 공임비 후려치기 행태에 대한 개선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와의 협의를 통해 시범적으로 200만원 이하의 정비대금에 한해서 정비업체가 대금을 청구하면 먼저 업체와의 손해사정 절차를 거치는 ‘선 사정 후 정비’ 시범 운영 협약을 각 손보사들과 체결할 방침이다.

시범사업은 먼저 손해사정을 거친 뒤 합의가 이뤄지면 자동차 수리를 이행해 대금을 받는 방식의 수리절차다.

이와 관련, 중기중앙회 한 관계자는 “계약에 의해 정해진 금액을 일방적으로 삭감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에 위배되는 행위”라며 “보험 약관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의 계약 이행과 함께 손보사들의 갑질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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