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공대 부지. [사진=연합뉴스]
한전공대 부지.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노벨상급 수상자 등 '스타 교수'를 총장으로 초빙하고 미국 명문대 수준인 약 100만달러(12억원) 이상 연봉을 주겠다던 한전공대(가칭) 추진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그간 에너지업계에서는 한전공대 설립을 둘러싸고 타당성 논란이 이어져왔는데 ‘세계적인 에너지 특화 대학’을 만들겠다던 당초 발표가 결국 대선 공약을 위한 포장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한전공대 총장후보자 추천위원회는 지난 6월 '총장 후보자 초빙 공고'를 내고 한 달간 초대 총장 공모 지원과 초대 총장 후보자 추천을 받았다.

추천위가 낸 공고문에는 '총장 기본 자격'으로 △에너지 분야를 포함한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과 연구 경험을 갖추신 분 △세계적인 대학 설립을 위해 비전, 리더십, 국제적 감각을 갖추신 분 △큰 조직을 운영하거나 대형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 설립을 추진력 있게 완수하실 분을 명시했다.

그러나 한전이 지난해 한전공대를 설립하겠다며 내세웠던 조건들은 하나도 담기지 않았다.

한전은 지난해 9월 나주 본사에서 열린 '한전공대 설립을 위한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초대 총장으로 노벨상급 수상 경력이 있는 최고 수준 교수를 초빙하고, 미국 명문대 총장 수준의 연봉(100만달러 이상)을 주겠다고 밝혔다.

또 교수진에 4억원 넘는 연봉, 재학생 1000명에게 등록금·기숙사비 면제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겠다고도 했다. 이 같은 대대적인 투자로 30년 안에 에너지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공과대학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노벨상급 수상 경력을 가진 세계적인 석학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총장 초빙 시 파격적인 연봉과 혜택도 명시하지 않았다.

한전 측은 노벨상급 석학을 총장으로 초빙하겠다는 건 초기 계획이었을 뿐이었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외국인 석학이나 노벨상급 석학을 총장으로 모시는 게 반드시 대학 발전에 바람직한 건 아니라는 의견도 많았다”며 “초대 총장에게 연봉 100만달러 이상 지급하겠다는 것 역시 미국 명문대 수준이 그렇다는 것일 뿐 최종 연봉 수준은 협상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의 한 에너지 관련학과 교수는 “노벨상급 총장을 모시겠다는 발표는 대학 설립 명분을 얻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한전이 대학을 설립, 운영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한전의 올 상반기 총 부채는 122조8995억원에 달한다. 한전은 올 상반기에만 9285억원의 적자를 내 2012년 이후 7년 만에 최악의 상반기 실적을 냈다. 반면 한전이 한전공대 설립에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총 9959억원 중 절반에 달하는 4799억원에 달한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빚더미에 오른 공공기관이 대학을 새로 설립하는 건 앞뒤가 전혀 안 맞는 정책”이라며 “결국 한전공대 설립은 대통령의 공약을 위한 명분에 불과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전은 올 하반기 학교법인이 만들어지면 본격적인 총장 후보자 선임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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