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레스케이프호텔 사진. 지금은 삭제했다. [사진=정용진 인스타그램]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레스케이프호텔 사진. 지금은 삭제했다. [사진=정용진 인스타그램]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신세계조선호텔이 초기 투자비 과중과 싸늘한 시장 반응, 장기 플랜의 불확실성 등 총체적 난국에 빠지면서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1주년을 맞아 첫 자체 브랜드 ‘레스케이프’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100년 역사를 가진 조선호텔 명성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가 99.87% 지분을 보유해 ‘정용진 호텔’로도 불리는 신세계조선호텔이 올 상반기 약 111억원 적자가 났다.

앞서 신세계조선은 지난해 7월 신규 업장인 레스케이프가 추가되며 매출이 2017년 1799억원에서 2018년 1916억원으로 117억원 정도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017년 7억원 소폭 흑자를 냈으나, 2018년에는 75억 적자를 봤다. 레스케이프 운영과 더불어 이러한 흐름이 올해 더욱 가중화된 셈이다.

신세계조선 관계자는 “부티크호텔과 럭셔리호텔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이익 회수기간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업종 특성상 눈앞의 실적이 아니라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 봐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특성을 잘 아는 호텔업계에서는 신세계조선에 대한 전망을 내놓기를 주저한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부산 웨스틴조선호텔,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남산 등 호텔 3곳이 모두 글로벌 프랜차이즈를 들여온 형태였고 직접 운영한 경험이 없어서다. 반면 자체 브랜드로 연 ‘레스케이프’는 ‘성과 없는 이단아’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

타 호텔 관계자는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어느 기업이나 어느 사업이나 마찬가지다. 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객실점유율이 좋은가 하면 그렇지 않다”며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이 많이 올라오고 이슈성이 높아도 호텔 방을 채우지 못하면 주객이 전도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정용진 회장이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를  레스케이프호텔에 초대했을 때 게재된 사진들.  [사진=정태영 페이스북]
정용진 회장(오른쪽)이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를 레스케이프호텔에 초대했을 때 게재된 사진들.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마크 다모르바, 객실, 팔레드신.  [사진=정태영 페이스북]

호텔 경영 측면에서 면세점 경쟁 업체 롯데호텔, 신라호텔과도 비교된다.

신세계조선이 다수 서울 소재 5성 호텔과 맞먹는 1박당 20만원대 이상으로 포지셔닝을 했지만 여전히 4성 등급을 받은 ‘레스케이프’로 고전하고 있는 반면, 롯데·신라는 최근 정부가 도입했던 호텔특별법 취지와 가성비 호텔 수요가 증가하는 흐름에 주목해 10만원대 비즈니스호텔 사업인 ‘롯데시티호텔’과 ‘신라스테이’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신세계조선은 계속되는 적자 행진에도 고급 브랜드 호텔 운영 계획만 내놓고 있다. 작년과 올해 추가로 운영권을 갖게 된 서울 르네상스호텔, 부산 노보텔과 제주 켄싱턴이 모두 5성급 호텔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들 시설 품위에 걸맞은 고급 인테리어와 시설을 선보이겠다며 현재 문을 닫은 채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이라 매출이 없다. 내년 하반기로 재개점을 예상하고 있다.

신세계조선호텔 관계자는 “레스케이프 초기에 점유율이 30%가 안됐던 것을 여전히 기억하는 분들이 많은데 지금은 점차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고, 씨트립 등 해외 온라인예약에서도 평가지수와 이용후기가 좋아서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선호텔은 이번 여름을 비롯해 호캉스와 파인다이닝 인기에 힘입어 매출이 더 신장했다”며 “레스케이프도 수영장이 없는 점을 감안해 이색체험과 특강 등 프로그램을 기획한 패키지가 여름 내내 좋은 반응을 보여 주말에는 70~80% 객실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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