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국산 OTT 플랫폼인 왓챠플레이는 14일 HBO의 5부작 인기 미니시리즈 ‘체르노빌’을 공개했다. 미국 방영 당시 ‘왕좌의 게임’을 제치고 역대 최고 평점과 ‘올해 최고의 드라마’라는 평가까지 받은 화제의 작품이었다. 

‘체르노빌’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폭발사고를 다룬 드라마로 사고 직전의 발전소 상황부터 사고 직후 이를 은폐하려는 소련 정부와 진실을 알리려는 과학자들의 대립을 다루고 있다. 

놀랍게도 이 이야기는 대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철저한 고증을 거쳐 만들어졌다. 체르노빌 사고의 진실을 파헤치고 알리려는 과학자 발레리 레가소프(자레드 해리스)와 그를 도운 장관회의 부의장 보리스 셰르비나(스텔란 스카스가드)는 실존인물이다. 당연히 무능해 보이는 지도자 고르바초프도 실제로 등장한다. 

이야기의 마지막에서도 밝히지만 레가소프와 함께 진실을 파헤친 과학자 올리나 호뮤크(에밀리 왓슨)는 허구의 인물이다. 작가는 당시 레가소프와 함께 진실을 파헤친 과학자들을 모아서 만든 가상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야기의 몇몇 장면들은 실제와 다르게 표현됐다. 

철저한 고증을 거치면서도 몇몇 장면과 인물들이 창작된 이유는 간단하다. 이 드라마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 메시지는 원전 사고를 부른 관료주의의 폐해다. 

시종일관 극을 답답하게 만든 것은 상명하복의 계급주의와 체제 유지를 위해 은폐를 거듭하는 관료주의적 질서들이다. 발전소의 연구원들은 옳다고 생각한 길이 있으나 승진에 눈먼 상사가 이를 은폐하고 무리하게 추진해 사고가 일어난다. 정부는 원자로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으나 체제의 우월함을 알리기 위해 이를 은폐하고 밀어붙인다. 

정작 체르노빌 원전에 쓰였던 RBMK원자로는 비용절감을 위해 도입한 방식이었으나 철저한 대비가 매뉴얼에 따른 안정된 조작이 있었다면 체르노빌 참사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체르노빌’은 참사의 원인에 대해 원자력발전의 책임이 아닌 관료주의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이해와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의 원전 기술이 해외 수출도 확대될 정도로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원전 관련 기업들과 학계, 지역사회는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발목이 잡혔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체르노빌’을 보고 나니 물어야 할 질문은 간단하다. “과연 우리는 원자력발전을 다룰 정도의 합리적인 사회 체계를 갖추고 있는가”. 원전사고를 예방하는데 있어 기술적인 장치는 당연히 중요하다. 철저한 안전점검도 이뤄져야 하고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도 확보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빠르게 수습할 수 있는 지휘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은 제도적 장치뿐 아니라 그것에 기반이 되는 사회 시스템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을 두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업과 사회, 정치계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원자력은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원이다. 재생에너지로 아무리 대체하려고 해도 원자력발전만큼의 효율을 얻기는 어렵다. 그러나 원자력은 그만큼 위험한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이것을 안전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동시에 사회적 시스템도 바탕이 돼야 한다. 

드라마 ‘체르노빌’의 원전사고는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으로부터 비롯됐다. 그리고 일본은 부조리한 시스템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더 키우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원전을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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