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자유화 운동에 나선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홍콩 자유화 운동에 나선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홍콩 시위가 큰 사고 없이 일단락 됐지만, 정치·경제 불안은 오히려 커지고 있어 그동안 중국에 천문학적 투자금을 쏟아부은 금융가가 좌불안석이다.

아시아 금융중심을 자처해온 홍콩의 정치 불안이 중국 공산당의 통제력을 넘어설 경우 위기가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확산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19일 홍콩발 외신 등에 따르면 '폭력 진압을 억제하자'는 구호를 내세운 이번 시위는 아무런 소득없이 마무리됐다. 중국 시진핑 주석에게 질서유지 명분만을 안겨준 것이다. 교사들로 구성된 일부 시위대가 주말 오전 경찰과 대치를 했지만 중국 경찰은 최루탄조차 터트리지 않았다.

이처럼 외형적으로나마 홍콩사태가 평화롭게 정리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홍콩 항셍지수도 모든 종목이 상승하며 개장했다. 

항셍지수는 이날 지난 16일 대비 260.58 포인트, 1.01% 오른 2만5994.80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홍콩 증시 상장 중국기업주 중심의 H주 지수도 주말보다 87.73 포인트, 0.88% 상승한 1만52.03으로 출발했다.

중국 정부도 사회혼란을 우려하는 매물이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놓는 등 이른바 '경제 전선 지키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글로벌 업계는 당국의 기획발표만 믿기 어려운 실정이다.

예전같지 않은 홍콩의 내부 경제 상황을 보면 답이 나온다. 우선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온 관광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두 달 넘게 이어진 대규모 시위 여파다. 중국 정부의 홍콩인 대만 왕래 금지령도 악순환을 가중시켰다.

당장 내수가 치명적 타격을 받아 최근 두 달여 간 홍콩 국내 총생산은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 차원의 대대적 주식 띄위기에 힘입어 이날 홍콩항셍지수는 3%포인트 가까이 급등했지만 정치불안으로 야기된 8%의 하락폭을 채우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미국 자본이 가장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위 "홍콩 통화당국이 눈에 띄는 자금유출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홍콩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본국통화로 계좌를 유지하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허브 안정성에 대해 불안감이 불거지면서 일부 금융주체들이 자금을 해외로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골드만삭스도 이날 2019년 아시아 주요 4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홍콩의 2019년 성장률을 기존 1.5%에서 0.2%로 낮췄다. 특히 홍콩, 싱가포르, 한국, 대만 가운데 홍콩의 성장률이 가장 낮아질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전망했다.

블랙스완 사태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홍콩이란 얘기다. 블랙스완이란 전혀 예상할 수 없던 일들이 실제로 나타나는 경우를 지칭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유행어로 통했다. 

특히 이번 홍콩사태의 경우 '하나의 중국'을 거부하는 정치불안이 가장 큰 요인이어서 '일국양제(一國兩制)'에 대한 홍콩시민의 불만이 가라 앉지 않는한 반드시 터지게 되는 구조다. 결국 이런 이유로 항셍지수를 좇는 국내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특히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 주식(H주) 40개 종목으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는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절반 이상이 기초자산으로 삼는 지수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액은 32조 1869억 원으로 올해 상반기 전체 ELS 발행액(47조 6585억 원) 가운데 67.5%에 달한다.

ELS는 만기 내에 기초자산 가격이 미리 정해진 수준 밑으로 하락할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H지수가 원금 손실 구간인  7700포인트까지 떨어질 가능성은 없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날 H지수는 1만 포인트를 넘어섰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돈은 꼼짝달싹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ELS는 통상 3년 만기 기준으로 6개월마다 조기상환 기회가 부여된다. 하지만 시점이 돌아오더라도 고점 대비 하락폭이 커 올해 조기상환은 물건너갔다. 또 다시 6개월을 기다려도 정치적 불안이 사그러들지 알수 없는 인질이 된 셈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홍콩의 대규모 시위가 금융시장의 테일 리스크(발생 가능성은 낮지면 현실화시 엄청난 충격을 주는 위험요인)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미·중 무역분쟁과 3분기 경기둔화 우려, 홍콩 리스크 등으로 당장 8~9월 중국과 홍콩 주식시장 변동성 국면이 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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