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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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1000조원에 달하는 부동자금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미중 무역갈등으로 국내외 경제 상황이 불안해지고 정부 규제 여파로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자 대기성 자금은 계속 쌓여갔다. 하지만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수신금리도 조만간 내려가 쥐꼬리만한 이자마저 챙길 수 없게 돼 탈출구를 찾아야 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채권, 증시, 부동산, 금, 달러 등 여러 대안 중에서 채권과 금, 달러가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15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부동자금의 규모가 5월 말 기준 965조원에 달했다.

시중 부동자금은 3월 말 982조1000억원에 비하면 다소 줄었지만 작년 11월 말 932조4000억원까지 빠졌을 때와 비교하면 여전히 많은 수준이다.

정기예금 등에 머물며 약간의 이자를 받고 투자처를 물색하던 이런 부동자금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조치로 인해 본격적인 투자처를 찾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의 대안은 채권이다.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은 오른다. 한은이 이번 '깜짝' 인하에 이어 하반기에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가 시장에서 형성되고 있다. 금리 하락세가 이어진다는 의미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올해 성장 추이와 중국 등 글로벌 성장률 둔화, 일본의 수출제한 장기화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향후 1∼2번의 추가 금리 인하가 이어질 것"이라며 그 시기를 10월이나 11월로 예상했다.

사실 채권은 올해 들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대표적인 금융상품이다. 채권형 펀드의 설정액이 올해 들어서만 18조8000억원 증가했다. 주식형 펀드가 5조원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은행 관계자는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으면서 금리 인하로 가장 수혜를 보는 종목이 채권이다 보니 채권형 펀드가 좋다"며 "3개월 전에 채권형 펀드에 가입했던 분들이 최근에 3%대의 단순수익률을 챙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증시는 부정적인 전망이 주류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배경에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탓이다.

이론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지면 증시에 호재다. 하지만 2014년과 2016년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렸을 때 경기 둔화 우려에 증시는 하락세를 보였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정기예금에 대한 수요가 많이 둔화해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국내 주식형 펀드로는 자금이 안 가려고 한다"며 "국내 증시에 대한 비전을 그렇게 좋게 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기준금리 인하는 대출 금리 인하로 이어져 그 자체로는 부동산 시장에 '희소식'이지만 정부 규제가 워낙 강하게 유지되고 있어서다.

금은 여전히 오름세다. 지난 14일 KRX금시장에서 금 1g은 5만8573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은 시장에 불안감이 확산하면 가격이 오르고 통상 금리와 반비례해 가격이 형성된다.

올해 미중 무역전쟁으로 국내외 불안 심리가 고조되자 '금 사재기' 현상이 생기기도 했다. 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의 올 상반기 골드바 판매액은 448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71.3%나 늘었다.

달러도 꾸준한 주목을 받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이젠 환차익을 노리기보다는 금융자산 배분 차원으로 접근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달러 자산을 환전하지 않고 본인 자산의 20∼30%를 달러로 보유하면서 계속 그걸로 투자하기도 한다"며 "아무래도 달러가 경기 변동성에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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