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보험 가입자가 계약서에 있는 약관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 보험 가입자가 보험 계약서에 있는 약관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생명보험업계가 최근 사망담보 피보험자가 직접 서명한 사실이 없다며 보험료 전액 반환 민원 제기가 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필서명을 하지 않으면 계약이 무효가 되고 낸 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규정을 악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생명보험 표준약관 19조에 따르면 타인의 사망을 보험금 지급 사유로 하는 계약에서 피보험자의 서면동의를 받지 않았을 때 계약은 무효가 돼 기납입 보험료를 모두 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생보업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에 보험계약자가 선의이며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만 보험료의 전부 또는 일부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표준약관에 명시해줄 것을 건의했다.

하지만 해당 건의 건에 대해 금융당국은 최근 수용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내렸다.

금융감독원은 타인의 대법원 판례를 들어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의 서면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피보험자 살해의 위험성 등을 배제하기 위해 마련된 강행규정으로 피보험자가 서면으로 동의의 의사표시를 해야 하는 시점은 ‘보험계약 체결 시까지’이고 이는 강행규정으로서 이를 위반한 보험계약은 무효라는 근거로 들었다.

또 설계사는 계약자에게 피보험자의 서면동의 등의 요건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험계약자로 하여금 이 요건을 구비할 수 있는 기회를 줘 유효한 보험계약이 성립하도록 조치할 주의 의무가 있다는 판례도 있다는 것이다.

생보업계는 보험설계사가 자필서명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고 해피콜 과정에서 피보험자가 직접 서면 동의를 했다고 답했음에도 계약기간 도중 자필서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미 낸 보험료를 반환해달라는 계약자 때문에 억울해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생보사 한 관계자는 “계약자가 설계사에게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자필서명을 하지 않으면 계약이 무효처리되는 줄 몰랐다고 향후에 사망보험금을 받을 때 괜히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무효처리하고 낸 보험료를 돌려달라고 주장한다”며 “그래서 지금이라도 다시 자필서명을 받으면 나중에 보험금 지급 때 문제 삼지 않겠다고 설득을 해도 보험료를 달라고 우기는데 이같은 상황을 봐도 보장이 문제가 아니라 소위 본전 생각에 규정을 악용한 악성민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 중 또 하나는 타 보험사나 GA(법인보험대리점)로 옮긴 설계사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자기가 관리했던 고객에게 새 상품을 가입시키기 위해 이전 회사에 있을 때 가입시킨 계약을 깨도록 고객을 부추기는 방법으로 민원을 넣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금감원 관계자는 “생보사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표준약관과 대법원 판례의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보험계약자와의 악의나 중과실 여부 등은 사후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보험계약자 보호 측면에서 보험계약이 무효인 경우 계약자의 선의 등을 묻지 않고 계약자에게 기납입보험료를 반환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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