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앞으로 관광객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앞으로 관광객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 서울 광진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정희철(42세·가명)씨. 지난해 초 은행에 갔다 창구 직원에게 “외화보험은 안전자산인 달러에 투자하고 환율이 오르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떨어질 염려가 없는 상품이다”는 설명을 듣고 외화보험에 가입했다. 시간이 흘러 보험 만기 시점에 보험금을 원화로 환전했는데 환율이 보험가입 시점보다 하락해 예상보다 적은 금액을 받았다. 정 씨는 보험가입시 환율변동으로 인한 영향을 예상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최근 인터넷 블로그 등에서 외화보험을 금융상품으로 소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보험료를 낼 때는 원화를 외화로, 보험금을 받을 때는 외화를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환차익으로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외화보험은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지급이 모두 외국통화로 이뤄지는 보험상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명보험사가 판매중인 외화보험은 달러보험과 위안화보험이 있고 달러보험은 5개사, 위안화보험은 2개사가 판매 중이다. 지난 5월 말까지 누적 판매건수는 14만600건, 누적 수입보험료는 3조8000억원 규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외화보험을 이른바 '환테크' 상품으로 보고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금융당국도 최근 외화보험에 가입할 때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환율이 하락하면 계약해지 외에는 대처방안이 마땅치 않은데, 해약환급금이 원금보다 적을 가능성이 커서다.

일례로 사망보험금 30만 달러, 매월 보험료 750달러인 20년 납부 외화종신보험 상품이라면, 환율이 달러당 1100원일 때 가입 시 초회 보험료는 82만5000원이지만 환율이 1300원으로 오르면 보험료가 97만5000원으로 15만 원이나 늘어난다.

반대로 보험금 수령 시점에 환율이 900원으로 내려가면 보험금의 원화 가치는 2억7000만 원이 된다. 가입 시 기대한 보험금 3억3000만 원(1100원 기준)보다 6000만 원이나 적은 액수다.

같은 이유로 외국의 월 금리 수준에 연동되는 금리연동형보험도 주의해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의 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현재 상황에선 유리할 수 있지만, 5년이나 10년 이상의 보험기간 내내 미국·중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금감원은 일본을 반면교사 사례로 제시했다. 일본의 생명보험사들은 수년 전부터 초저금리 상황에서 고이율의 투자상품으로 선전하며 외화보험을 판매했지만, 근래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금 손실이 난 가입자들의 민원에 직면했다.

국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외화보험은 노후 자금 대책 등을 위해 고금리로 운용되는데 시중 은행 창구에서도 판매되다보니 노인들의 경우 예금과 다름없는 상품으로 오해하는 일이 생기는 등 불만이 끊이지 않으며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

금감원은 “외화보험 가입 이후 환율이 하락하면 계약해지 외에는 환율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만한 방안이 마땅치 않다”며 “계약을 해지할 경우 해약환급금이 원금보다 적을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소비자들은 외화보험이 단기적인 환테크를 위한 수단이 아님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 문병기 수석연구원은 "최근 환율 상승이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 규제 등 보호무역 장기화 가능성,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등이 배경이 됐기 때문에 긍정적 요인보다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기업 투자 지연과 수요 위축이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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