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봉오동 전투’. [사진=쇼박스]
영화 ‘봉오동 전투’. [사진=쇼박스]

[이뉴스투데이 이하영 기자] 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다. 뜻깊은 해를 기념하기 위해 상반기에도 ‘항거: 유관순 이야기’와 ‘자전차왕 엄복동’ 등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가 개봉했다.

또 7~8일에도 두 편의 영화가 잇따라 개봉했다. 엄혹한 시기 단 한번의 의병 승전보 ‘봉오동 전투’와 해방 후에도 계속되는 아픔을 담은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 ‘김복동’이다.

두 영화는 액션‧드라마 ‘봉오동 전투’와 다큐멘터리 ‘김복동’으로 장르가 극과 극이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분명 닮아있다.

먼저 7일 개봉한 ‘봉오동 전투’는 독립신문에 기록된 독립군 승전보를 기반으로 한 영화다. 봉오동이라는 지형을 이용해 계곡과 능선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액션은 통쾌하다기 보다 분노 해소에 가깝다. 그만큼 일제강점기 한국인들이 억압의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이는 주인공 면면을 따져보면 더 뚜렷이 드러난다. 옛 마적 황해철(유해진),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류준열), 해철의 마적 동생 저격수 마병구(조우진) 등 기구한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봉오동 전투에서 굴곡진 우리 민족 삶을 담아낸다.

해철을 따라 마적이 됐던 관객은 장하를 따라 목숨을 걸고 적을 유인하는 분대장이 되었다가 죽기 전에 독립군 돈을 챙겨 떠나고 싶은 병구로 분한다. 그들에게 감정이입한 덕분에 관객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대한독립군‧국민회군‧군무도독부‧대한북로독군부‧대한신민단 등 우리 독립군 연합 힘을 얻어 일본군 추격대를 격파한 무장 투쟁을 드라마틱하게 느낄 수 있다.

영화 ‘김복동’. [사진=엣나인필름]
영화 ‘김복동’. [사진=엣나인필름]

반면 ‘김복동’은 드라마를 배제하고 사실에 기반한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16세 때 중국에 끌려가 고통 받았던 기억을 고백하며 시작된다.

피해자 김복동은 영화 속에서 반세기를 훌쩍 넘었지만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전 세계에 담대하게 전한다. 김복동은 어느 순간 움츠리며 살았던 피해자에서 벗어나 인권운동가로 변신한다. 인권운동가 김복동은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받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 싸움을 이어갔다.

그 삶은 관객 감정을 격양시키기 위해 스토리를 굳이 만들지 않아도 웬만한 영화나 드라마 보다 더한 굴곡을 갖고 있다. 여기에 중간 중간 김복동이 아베정부, 주한 일본 대사, 일본 정치인등에게 하는 일갈로 듣는 사람 속까지 뻥 뚫어주는 힘도 가지고 있다.

아울러 공식 사과 없이 이어지는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의 기만적 위안부 합의나 일본 정치인들의 망발이 이어지면 다큐멘터리라 해도 지루할 새는 없다.

전혀 다를 것 같은 두 영화의 가장 큰 공통점은 싸움이다. ‘봉오동 전투’가 일본에 맞선 과거의 싸움이라면, ‘김복동’은 지워지지 않는 과거를 넘어서려는 현재 일본과 분투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영화 ‘봉오동 전투’와 ‘김복동’은 이러한 의미에서 순서를 지켜 찍은 것 같이 시간 흐름을 과거에서 현재로 끌고 온다.

그러면서 과연 우리가 제대로 된 독립을 이루었는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광복 74주년을 맞았지만 우리는 아직 일제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다. 이것은 이번 일본 불매운동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어떤 사람은 일본을 욕하며 경제보복을 일삼은 것에 분노하고, 또 다른 쪽 사람은 일본 총리에게 ‘진심을 다해’ 사과하기도 한다.

두 부류의 국민은 한국을 선, 일본을 악 혹은 그 반대로 나누는 우리의 이분법적 사고를 돌아보게 한다.

‘봉오동 전투’에서 해철이 일본군 포로 유키오(다이고 코타로)에게 죽지 말고 일본으로 돌아가 그들이 벌인 만행을 증언하라고 말하고, ‘김복동’에서 인권운동가 김복동이 아베 총리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먼저 사과 받을 준비를 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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