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채 40%룰 결국 폐지…남미형 재정위기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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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채 40%룰 결국 폐지…남미형 재정위기 성큼
기재부 공청회서 나라빚 늘릴 논리 찾기 분주…재정준칙 언급 한마디도 없어
  • 이상헌 기자
  • 승인 2019.08.08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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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이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9-2023 국가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이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9-2023 국가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국가부채 비율 40% 제한룰이 사실상 폐지됐다. 수십년 이어져온 재정 관리 원칙이 무너지면서 브레이크 없는 재정폭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재정지출을 당초 계획보다 더 늘려 경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실효성은커녕 나라빚을 끌어다 써 눈앞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하책이라는 비판이 따른다.

8일 구윤철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국가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에서 "미·중 무역갈등, 일본의 경제보복 등으로 국내 경제 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확대 재정이 불가피해졌다"며 '재정 확장 노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문재인 정부가 올해부터 집중하고 있는 '증세 없는 확대 재정'이란 국민적 반발이 우려되는 증세는 최소화 하는 반면 국가 부채 비율을 늘려 재정지출 규모를 키우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홍남기 부총리에게 '과감한 재정 확장 정책'을 요구하고, 홍 부총리도 "국가부채가 3년 후면 45%에 이를 것"이라며 그동안 국가부채 비율을 40%로 제한해온 재정준칙 폐기를 시사했다. 이날 토론회도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행사다. 각 분야에서 초청받은 패널들도 국가부채를 늘려야 하는 이유 찾기에 바빴다. 

구 차관은 개회사에서 "2017년 현재 일반정부 부채는 GDP 대비 40%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0.5%에 비해 매우 양호하다"면서도 "성장률 하락, 고령화 속도, 남북관계 등을 감안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 원장도 "2000년 초반 이후 국가부채 비율은 단 한번도 떨어진 적이 없다. 지금까지 추세를 볼 때 1%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나라빚 증가가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처럼 설명했다.

김 원장은 아울러 "장기적으로 하락 추세에 있는 국채 이자율을 중장기적 재정정책에 반영시킬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일반재정 분야의 국가부채 수준의 점진적인 상향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9-2023 국가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9-2023 국가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이뉴스투데이DB]

정부는 앞서 '2018~2022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내년도 예산을 504조6000억원으로 설정했다. 당시 보고서에 적시된 연평균 중기 재정지출 증가율은 7.3%이다. 하지만 올해 증가율만 9.7%를 넘어설 예정인 동시에 국가부채도 현재 39.5%에서 40%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경기 부양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나랏빚' 증가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국가 채무 비율을 40%로 지킬 근거가 없으며, 40%가 넘더라도 재정 건전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주장이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선진국은 GDP 대비 60%, 신흥국은 4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40% 재정 준칙'을 제시한 바 있다.

문제는 한국의 국가 채무에는 공기업 부채와 중앙은행 부채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할 경우 이미 국가 채무 비율이 60%를 넘어서며 한국은행 부채를 포함하면 100%를 넘어선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남미형 재정위기를 막으려면 지출이 세수범위를 넘어서지 않는 엄격한 재정규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경제학계의 중론이다. 또 한국의 경우 공기업 개혁으로 재정건전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선 '재정준칙'이나 '40% 룰'은 용어조차 등장하지 않았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지난달말 기준 정부의 순 재정 적자가 59조5000억원으로 통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혁신과 포용은 성장은커녕 국가신용등급이 걱정된다. 외국으로부터 빚을 내서라도 당장의 지갑의 크기를 유지하는데 집착하는 정부가 한심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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