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유승민 러브콜’로 친일프레임 국면전환?

[이뉴스투데이 안중열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에게 ‘공개 러브콜’을 보내자 보수야권 내에서 ‘보수통합’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1년도 남지 않은 내년 총선을 앞둔 보수진영의 재편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와서다. 최근 일본 경제보복과 함께 수세로 몰고 간 ‘친일 프레임’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시선도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7일 오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승민과 통합하지 않으면 우리 당은 미래가 없다”며 통합론에 불을 지폈다.

나 원내대표는 ‘통합에 역할을 하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대해 “당연히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유 의원과의 통합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주장을 재확인하자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보수통합론’이 고개를 들었다.

한국당 내에선 비박계와 친박계 간 온도차가 확연했다.

비박계 장제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량제 같은 인터뷰였다”며 “당이 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한 용기 있는 구상이다”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장 의원은 “이런 구상이 현실화될 수 있길 기대한다”며 “나 원내대표의 끊임없는 노력과 유 전 대표의 대승적 큰 결단을 기대해본다”고 덧붙였다.

반면 친박계 김진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나경원) 원내대표의 월권이자 개인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이어 “할 일이 태산인데 지금 우리가 이런 것 가지고 왈가왈부할 때가 아니다”라며 “우파통합은커녕 그나마 겨우 숨이 붙어 있는 당이 쪼개져야 되겠나”라고 반문하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바른미래당에서도 ‘보수통합론’을 놓고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손학규 대표 측 당권파로 분류되는 임재운 사무총장은 “보수통합은 잠꼬대 같은 말”이라고 일갈했다. 문병호 최고위원 역시 “스토커 노릇을 계속한다면 한국당을 상대로 접근 금지 신청을 낼 것”이라고 경계했다.

유 전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나 대표와는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며 선을 그었고, 바른정당계 지상욱 의원은 “(손 대표가)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그동안 일본의 수출품목 규제와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한국 제외 결정에 강한 유감을 나타내면서도 정부·여당에게 책임론을 제기했지만 ‘친일 프레임’에 갇혀 출구를 찾지 못했다.

특히 나 원내대표는 2004년 일본 자위대 창설 50주년 행사 참석과 지난 3월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분열했다”는 발언으로 ‘토착왜구’라는 세간의 조롱을 받아왔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달 한 라디오에 출연, “‘그 부분에 대해 충분히 정치인으로서 잘못했다’고 유감을 표시했지만, 친일파로 몰아가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한 뒤, “친일파 후손은 외려 민주당에 더 많다”고 주장했다가 근거를 대지 못해 다시 한 번 뭇매를 맞기도 했다.

‘보수통합론’을 이슈화해 ‘친일 프레임’을 덮으려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나 원내대표와 황교안 대표의 ‘통합론’은 원론적으론 같지만, 각론으로 보면 성격이 다르다.

실제 인터뷰 전 황 대표 등 지도부와 교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중진 의원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내가 아는 한 대표는 지금껏 한 번도 ‘유승민’이란 이름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도의 역할을 보는 스펙트럼에 따라 우선순위가 결정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친박계 중진 의원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제시한 보수통합에 관심이 없다”며 “당 지도부나 다른 계파 역시 같은 입장일 것이다”라고 평가 절하했다.

황 대표 역시 지난 7일 몰려든 기자들에게 “원내대표의 의견에 일일이 반응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문재인 정권 세력의 폭정을 막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는 큰 뜻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원칙론을 고수했다.

앞서 황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들과의 ‘번개오찬’에서도 당대 당 통합과 관련, “인물 중심 방식의 통합도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우리공화당보다는 바른미래당과 우선 통합을 주장하는 나 원내대표와는 온도차를 드러냈다.

비박계에서는 바른미래당과의 적극적인 통합의지와 행동을 주문했다.

비박 중진 의원은 “‘보수통합론’을 여론을 통해 띄운 만큼 직접 만나 구체적인 대화를 이어나가야 한다”며 “황 대표와 유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움직일 때가 된 게 아닌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