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진 대형 이슈들로 인해 제약·바이오업계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형 이슈들로 인해 제약·바이오업계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신라젠의 새로운 항암 신약이 임상 중단 권고로 바이오발 악재가 또다시 터지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첨단바이오법’ 통과로 회복세로 접어드는가 싶었지만 바이오업계 성장을 이끌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코오롱생명과학, 한미약품 등 주요 기업들의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전반적인 침체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일각에서는 바이오산업의 오래된 근본 문제를 개선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이 개발 중인 항암 신약 ‘펙사벡’의 간암 임상 3상 중단으로 하루 만에 바이오 관련 주 2조5800억원이 증발했다.

신라젠은 말기 간암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한 항암바이러스 펙사벡 글로벌 임상 3상 지속 여부를 결정짓는 무용성 평가 결과 임상중단 권고를 받았다고 지난 4일 공시했다.

무용성 평가는 신약이 치료제로서 가치가 있는지 따져보는 중간 평가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게 되면 임상이 그대로 진행되지만, 신라젠의 펙사벡의 경우 부정적 결과가 도출되면서 임상 중단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이에 신라젠 시가총액이 4일 기준 3조1653억원에서 2조2168억원으로 하루 만에 9485억원이 폭락하면서 약 1조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다.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는 신라젠 뿐만 아니라 셀트리온 헬스케어와 메디톡스 등의 주요 바이오업계로까지 번지면서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신라젠 기자·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왼쪽 두번째) 등이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신라젠 기자·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문은상 신라젠 대표이사(왼쪽 두번째) 등이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신라젠의 임상 중단은 지난 6월 에이치엘비의 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임상 지연에 이어 2019년 기대주였던 3대 신약 중 2개가 임상 실패로 막을 내렸다는 업계의 불안감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을 비롯해 올해 상반기 들어서만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 한미약품의 1조원 규모 기술수출 권리 반환 등 초대형 이슈가 연이어 터지면서 국내 바이오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도 제약·바이오업계 부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특별한 매출 없이 장기간 자금을 투자해 연구개발에만 매달려야 하는 상황으로 인해 높은 재무적 리스크를 담보해야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10% 미만의 신약 개발 성공까지 이뤄내야 하는 등 기초적인 문제가 이미 산적해 있었다.

개발과정 역시 순탄치 않다. 신약 임상의 경우 이를 평가할 수 있는 기관 대부분이 외국에 있어 상대적으로 기반 인프라가 부족한 국내 기업들의 경우 시도 자체에 어려움이 있다.

또 바이오 업종 자체가 기업 기초여건보다는 임상 진행 등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높게 형성돼 있다는 데 있다. 이런 기대감이 무너지는 순간 주가는 폭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인해 피해 복구자체가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개별 기업의 이슈가 업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산업군과 비교했을 때 너무나 크다”며 “신약 개발 성공이라는 가능성에만 집착하는 기초여건 개선이 선행돼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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