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 한 식당에 일본인 출입을 금지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산 동구 한 식당에 일본인 출입을 금지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가 공식화되고서 약 한 달 동안 반사이익 기대감에 수혜주로 부각된 종목들의 시가총액이 2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그러나 국내증시 종목 중 절반 가까이가 52주 신저가로 곤두박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이콧 관련주들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수혜주로 거론돼온 주요 종목 21개의 시가총액만 이달 2일 현재 7조297억원으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발표직전(6월 28일·5조2794억원)보다 1조7050억원(33.1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과자류, 식자재 등 반사이익이 언급되는 업종의 범위가 갈수록 넓어져 군소 종목까지 합치면 시총 증가액이 2조원에 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종목은 일본 정부가 수출을 규제한 반도체 소재 등의 국산화나 일제 불매운동으로 대체 수요 확대가 기대되는 기업들이다.

주요 21개 종목 가운데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속옷 제조업체 남영비비안으로 수출 규제 발표 직전 6800원에서 5일 종가 기준 2만6400원으로 300%나 상승했다.

남영비비안은 유니클로 등 일본 패션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국내 속옷업체의 판매량이 늘었다는 소식에 주가가 강세를 보인 데다 경영권 매각설까지 퍼져 지난달 23일에는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일제 주류·문구류 불매운동의 수혜 기대감을 업고 하이트진로홀딩스우(176.00%)와 모나미(150.10%)도 급등했다.

반도체 소재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램테크놀러지(129.40%), 솔브레인(47.94%), 동진쎄미켐(42.79%), 후성(34.17%) 등도 크게 올랐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수혜주로 알려진 종목 중 상당수는 실제로 기업 이익이 의미 있게 늘어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수입 소재·부품 등이 국산화되더라도 해당 기업의 실적에 반영되려면 2~3년가량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와 일본 닛케이(N225) 지수가 동반 하락한 5일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와 일본 닛케이(N225) 지수가 동반 하락한 5일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일부 수혜주 빼곤 증시 종목 중 절반 가까이가 52주 신저가로 곤두박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중 52주 신저가(일별 종가 기준)를 기록한 종목 수는 모두 511개에 달했다. 코스피 종목이 203개였고 코스닥 종목이 308개였다.

8월에는 증시가 더욱 출렁이면서 1일 코스피 82개와 코스닥 105개 등 187개가, 2일에는 코스피 124개와 코스닥 153개 등 277개가 각각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이틀 사이에만 464개 종목이 신저가 명단에 추가된 것이다.

월별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 수를 보면 7월의 511개가 올해 최다였는데, 8월에는 이틀간 벌써 이에 육박하는 수의 52주 신저가 종목이 쏟아졌다.

결국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공식 발표한 7월 초 이후 총 975개 종목이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이는 코스피와 코스닥의 상장종목 2252개(코스피 900개·코스닥 1352개) 중 43.3%에 달하는 수준이다. 최근 한 달여간 상장종목 10개 중 4개꼴로 신저가를 기록한 셈이다.

이 비율은 코스피가 45.4%로 코스닥의 41.9%보다 높았다.

다만 '검은 10월'로도 불린 작년 10월보다는 아직 적은 수준이다.당시 한달간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수는 총 783개(코스피 322개·코스닥 461개)였다.

특히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하루에 각각 1.53%, 5.03% 급락한 10월 29일에는 신저가 종목이 523개(코스피 206개·코스닥 317개)나 나왔다.

그에 비하면 8월 2일의 신저가 종목 수는 적은 편이지만, 8월 남은 기간에 증시가 더 나빠질 수 있는 만큼 월간 기록은 작년 10월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7월31일부터 이달 2일기준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에는 하나투어, 티웨이홀딩스, 롯데지주, 롯데쇼핑, 참좋은여행, 노랑풍선 등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나 일본 여행 보이콧 관련주들이 대거 포함됐다.

또 셀트리온(-11.01%), 셀트리온헬스케어(-9.50%), 셀트리온제약(-11.88%) 등 '셀트리온 3형제'와 삼성바이오로직스(-7.18%)가 각각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메디톡스(-19.07%), 헬릭스미스(-17.36%), 제넥신(-12.23%) 등도 큰 폭으로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에이비엘바이오(-10.39%), 메지온(-3.47%), 휴젤(-2.58%) 등 다른 주요 제약·바이오주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여러 악재가 겹쳐있지만, 특히 일본 문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상황이어서 제일 크다"며 "일본이 수출을 승인하는 절차를 까다롭게 하면서 이것이 우리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가늠하기 어려워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한국의 교역 비중에서 중국과 일본이 31%가량 차지하는데, 기업들이 이 부분을 접고 경제활동을 해서 성장을 하고 이익을 낼 수는 없다"며 "기업 실적이 3분기가 바닥일지, 4분기가 바닥일지 감이 안 잡히는 상황으로, 그런 우려가 시장에서 증폭된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일본 증시도 5일 한·일, 미·중 간 대립이 겹악재로 작용하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아시아 증시도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 225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83%(386.66포인트) 떨어진 2만700.50을 가리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올 9월 중국산 제품 3000억 달러어치에 10%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힌 가운데 일본 정부가 수출 관리상 우대혜택을 주는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해 수출규제를 강화키로 한 것이 글로벌 무역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로 번지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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