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열 정치사회부장

 

“과거 한반도를 식민 지배했던 일본이 진솔한 사과와 책임을 다하지 않고 오히려 한국에 경제 제재를 가하는 것은 한국에 대한 적대 행위라고 규탄한다.”

일본 아베 정권이 한국의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한 데 이어 우리의 전략물자관리가 일본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외를 결정하자 나온 성명이다.

이 주장은 우리 정부나 국회,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아닌 일본 내 시민단체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현재 한국을 사실상 ‘적’으로 간주하는 아베 정권의 조치 이후 돌아오는 역풍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간 수출규제 조치 이후 일본은 오락가락 해명을 늘어놓기에 바빴다.

지난 달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참석한 일본 측 대표는 “한국이 안보관련 전략물자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해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다”는 논리를 피고는, 이후 단 한 건의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앞서 아베 정권은 사린가스 등 화학무기 생산에 활용될 수 있는 불화수소의 북한 등 유출 가능성을 제기한 뒤, 우리 정부의 거센 반박을 받자 “공식입장이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일본의 계획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나 자국 여행 거부 등의 변수는 없었던 것 같다. 한국 기업들의 원자재 수입노선 다변화나 직접 개발 등도 당연히 없었을 것이다.

아베 총리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 앞에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오는 24일 협정 연장기한을 눈앞에 두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선 배제하고 지소미아는 연장하자는 모순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을 경유해 일본의 안보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전략적 물자 유출을 막기 위해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해놓고 한일 간 기밀에 해당하는 군사정보는 교환하자는 억지주장이다.

아베 정권은 최초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비메모리 사업에 집중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육성방침을 천명하자 반도체 소재산업을 공략했다.

그러나 반도체 소재 수출을 반도체 강국인 한국에 대한 제한 조치는 오래가기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반도체 소재 산업이 먼저 붕괴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실제 2011년 이후 무역수지 적자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일본 입장에선 한국이 수입선을 다변화 움직임에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아베 정권은 자국의 수출기업을 규제하면 한국 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단순한 가정에서 시작된 이번 수출규제 조치가 자승자박이 되고 있다.

한국에 수출의존도가 높은 일본 기업들의 피해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오히려 아베 정권은 예고대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실행했으나, 세계 교역시장을 교란시킨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자민당의 승리 운운했지만 일본 내에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의 승리라고 하는 이들은 없을 만큼 아베 총리는 정치적으로도 득이 될 게 없다.

일본 내에조차 개헌선인 의석수(2/3) 확보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참의원 선거의 승리로 평가하는 국내 일부 언론의 우스운 보도만 빼고 말이다.

아베 정권은 지금이라도 한국으로 상대로 ‘득’도 없는 무역보복 조치를 철회하고, 파국으로 치닫는 한일동맹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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