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LG전자 건조기의 콘덴서 결함 논란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리콜 요구도 확대되고 있다. LG전자가 약속한 ‘콘덴서 10년 무상보증’으로는 성난 소비자들 마음이 진정되지 않을 분위기다.
그러나 LG전자가 건조기의 리콜을 결정하는데 현실적인 문제가 많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폭발 이후 리콜을 진행하면서 적자전환 직전까지 몰린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2017년 처음 건조기를 내놓은 이후 최근까지 약 140만대 이상의 건조기를 판매했다. 문제가 된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을 출시 초반부터 LG 건조기만의 차별화된 기능으로 내세운 점을 감안한다면 리콜이 들어갈 경우 거의 모든 판매물량에 대해 리콜이 이뤄져야 한다.
렌탈 제품도 상당수 있어 금액에 차이가 있지만 건조기 전 제품에 대해 리콜을 진행할 경우 LG전자가 부담할 금액은 최대 1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 2분기 LG전자 전사 영업이익은 6522억원이었으며 건조기를 포함한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의 영업이익은 7175억원이다. 건조기 리콜이 이뤄질 경우 적자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갤럭시노트7의 사례를 언급하며 빠르게 단종하고 사태수습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노트7에 대한 단종 결정과 리콜이 이뤄지기까지 약 한달 가량 걸렸으며 이후 자체 조사를 통해 사태를 수습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8월 갤럭시노트7 발화가 처음 보고된 이후 제품을 회수에 자체 조사에 들어갔으며 다음 달인 9월 단종 결정과 제품 회수에 들어갔다. 이어 자체 조사를 통해 다음해 1월 배터리 결함으로 최종 결론을 내리고 제품 안전 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리콜의 여파로 2016년 2분기 4조3200억원에 이르던 영업이익이 단 1분기만에 1000억원으로 추락했다. 또 10%대 점유율을 유지하던 중국 시장에서 한 자릿수 밑으로 추락한 뒤 현재까지도 수습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분기인 2016년 4분기 2조5000억원으로 빠르게 회복한 후 2조원대 영업이익을 유지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당시 삼성전자가 결함에 대해 빠르게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수습한 덕분에 소비자들의 이탈을 최소화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갤럭시노트7 리콜 결정 후 첫 거래일이었던 9월 5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56% 오른 160만6000원으로 마감하며 사흘만에 종가 기준 160만원대를 회복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와 사정이 달라 리콜 결정이 쉽지 않다. 삼성전자의 경우 IM부문의 리스크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로 방어하며 피해를 최소화했다. 또 스마트폰 역시 이전 모델인 갤럭시S7이 큰 성공을 거둔데다 중저가 라인업의 판매도 확대하면서 IM부문 적자전환의 위기도 막았다.
LG전자의 경우에는 TV와 스마트폰 등 비중이 큰 사업본부가 2분기 적자를 보고 있거나 실적이 줄어들었다. 특히 대외 무역환경이 불안하고 스마트폰도 장기 침체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한 차례 적자로 돌아설 경우 쉽게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B2B와 전장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수익이 나고 있으나 회사 전체를 이끌기에는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여기에 현재 건조기 결함이 치명적이거나 위험하지 않은 탓에 리콜을 포함한 보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
LG전자는 “콘덴서에 일정 수준의 먼지가 있더라도 의류건조기의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무상 보증 및 사후관리로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다만 소비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어 무상 보증 외에 추가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길어질 경우 자칫 LG 전체 이미지에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올해 초 계열사 임직원들과 가진 새해 모임에서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를 강조했다. 구 회장은 “지금이 바로 우리 안에 있는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의 기본 정신을 다시 깨우고 더욱 발전시킬 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LG의 진심이 담긴 우리만의 방식을 더욱 고민해 사회에 더 가까이 다가가야 겠다”며 “제대로 실천해간다면 ‘고객과 사회로부터 진정 사랑받는 LG’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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