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부회장). [사진=LG전자]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부회장). [사진=LG전자]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LG 건조기 콘덴서 결함 논란이 사그라질 줄 모르는 가운데 이번 일이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부회장)의 커리어에 큰 오점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조 부회장이 전자업계에서 ‘세탁기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건조기 결함 논란은 더 아프게 다가온다. 

1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LG 건조기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콘덴서에 먼저가 쌓여 건조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고 이 때문에 악취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LG전자가 2017년 처음 출시한 건조기는 드럼세탁기에 포함된 건조기능에서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보완해 내놓은 가전제품으로 세탁기 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세탁기에 포함된 건조기능을 특화시킨 제품이 건조기인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세탁기 장인’으로 잘 알려진 조성진 부회장에게는 뼈아픈 부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H&A사업본부를 지휘하며 세탁기뿐 아니라 의류관리기인 ‘스타일러’까지 성공시키며 의류 가전기기에 일가견이 있던 조 부회장인 만큼 건조기의 이번 논란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성진 부회장은 1976년 LG전자(당시 금성사)에 입사한 후 약 40년 동안 세탁기만을 연구한 인물이다. 2013년 HA사업본부장(사장)에 임명된 후 LG전자의 생활가전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2017년에는 LG전자 대표이사로 올랐다. 세탁기 한 길만 바라보고 걸으면서 조 부회장은 금탑산업훈장(2017)과 동탑산업훈장(2007) 등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은 바 있다.

1990년대에는 일본에 의존하던 세탁기 기술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주도했으며 이후 LG전자 세탁기의 글로벌 점유율 1위까지 이끌었다. 

LG전자가 프리미엄 가전제품 전문업체로 이름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한 ‘트윈워시’도 조 부회장의 작품이다. 조 부회장은 “트윈워시를 개발하는 데 8년이 걸렸다”며 “그동안 경험과 지식을 모두 쏟은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그룹 전체를 통틀어 고졸 출신의 대표이사라는 점 때문에 LG 내부뿐 아니라 재계 전체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2016년 G4, G5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연이은 실패와 생활가전, TV의 침체로 영업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최악이던 시기에 구원투수로 등판해 생활가전과 TV의 성공을 이끈 일등 공신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편 LG전자는 건조기 결함에 대해 콘덴서(응축기) 10년 무상보증을 지원하겠다고 나섰으나 소비자들은 “조치가 미흡하다”며 리콜을 요구하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LG 건조기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대체로 세탁기를 포함한 LG전자 생활가전에 대한 신뢰 때문에 구매한 경우가 많았다. LG 건조기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생활가전은 LG’라는 인식이 강해 LG 건조기도 믿고 구매했다” “기업 이미지 때문에라도 가전제품은 LG 것을 쓰려고 한다” “LG 건조기 후기만 보고 믿고 구매했는데 실망감이 크다”는 반응을 보였다. 

10년 무상보증에 대해서도 “가전제품을 쓰면서 10년 동안 매 주기마다 뜯어서 세척해야 한다는 것인가” “10년 동안 주기마다 뜯고 세척하고 조립하는 서비스를 강요받고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LG전자는 “콘덴서에 일정 수준의 먼지가 있더라도 의류건조기의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들께서 안심하고 사용하실 수 있도록 자동세척 콘덴서에 대해 제품 구입 후 10년간 무상으로 보증하겠다. 보증 기간 내에 불편함을 느끼는 고객의 경우 서비스 엔지니어가 방문해 제품상태를 점검하고 적절한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의 수습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리콜 요구가 빗발치고 있어 조 부회장의 결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만약 LG전자가 건조기에 대한 리콜을 진행할 경우 140만대의 건조기가 리콜 대상에 해당된다. 이 경우 분기 실적에 영향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LG전자 전 사업부문 중 생활가전이 유일하게 실적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마저 침체될 경우 LG전자는 또 다른 암흑기를 맞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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