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송혜리 기자] “다시 한번 분명하게 말하지만, 전적으로 KT 내부 자의적인 판단과 결정에 따른 결과였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 주십시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녀 KT 부정 채용 관련해 발언한 내용이다.

김 의원은 “딸은 KT가 알려주는 절차대로 했을 뿐이고 결정은 KT가 한 것”이라며 KT에 공을 떠넘기며 꼬리를 자르는 모양새다.

KT 채용 비리, 부정 채용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31일 통신업계에서는 김성태 의원 자녀 채용 비리 이외 2011년에도 이 같은 채용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서류전형이 낙방했는데 인·적성 검사를 치르고 인·적성 전형에서도 떨어졌는데 최종합격한 일명 ‘불사조 지원자’가 또 있었다는 것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서류가 떨어진 사람이 최종면접까지 오르는 일은 위에서 지시를 했으니까 그렇게 되는 것”이라며 “직군별 낙하산 TO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현재 쟁점인 김성태 의원 딸 부정 채용 이외도 KT 부정 채용은 이사회, 중견 임원, 사원, 인턴 등 전 직군에서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2002년 5월 정부 지분 완전매각에 따라 민영화된 이후 정권 유력자들에 의한 청탁과 채용이 반복적으로 이뤄졌다.

이석채 전 KT 회장은 2012년 KT 상반기 대졸 신입, 하반기 공채, 홈 고객 부문 공채 등 총 12명을 부정 채용해 회사 정당한 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회장 혐의에는 김성태 의원을 비롯해 성시철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 정영태 전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 김종선 전 KTDS 부사장 등 친자녀·지인 자녀 등 부정 채용 사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전 회장은 채용 지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4월 17일 있었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KT 화재 원인 규명 및 방지대책에 대한 청문회’에서도 정권 유력자 유입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종걸 과방위 위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아현국사 화재에 대한 여러 가지 원인이 나오는데, 그 중 첫 번째가 ‘KT 셀프 이사회’로 인해 견제가 안 됐다는 비판이 있더라”며 “정권마다 정권에서 요구하는 사람들, 그 정권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대거 이사회에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한두 사람이 아니고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4명, 2014년 2명 등 매년 이런 사람들이 이사회에 들어왔다”며 “2017년까지 국정원, 정보통신부, 청와대 대변인, 민정수석실, 공정위, 금융위, 서울시, 이명박 대선후보 정치 홍보 담당, 대통령 비서실 뉴미디어팀, 방통위 등 출신자가 KT 이사회에 유입됐다”고 밝혔다.

청문회에 출석한 황창규 회장은 “일부 그런 것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2017년 1월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1월 초순경 이동수가 KT에 채용될 수 있도록 황창규 회장에게 연락해서 추천하라고 말했느냐”는 국회 소추위원단 질문에 “네, 있다”고 답변했다. KT는 요청을 받아들여 차은택 지인인 홍보전문가 이씨를 2015년 2월 브랜드 지원센터장으로 채용했다.

이밖에 2015년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사칭해 취업행각을 벌인 50대 채용 절차를 진행하는 헤프닝도 있었다.

◇정치권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적 문제

이에 KT 새노조는 “부정 채용은 정치 로비 연장선”이라며 “황창규, 이석채 등 수장이 정권 낙하산이다 보니 정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영진이 애사심보다는 정치권을 비호하며 임기 동안 최대한 연봉을 많이 챙기는 데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이에 KT 새노조는 ‘KT 경영진 정치적 줄 대기 경영으로 인한 적폐가 청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사회 공정성에 심각한 불신과 좌절을 심어줬고 사회적 신뢰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려 KT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직원들은 현재 회사가 전문경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며 “차기 회장은 전문 경영인이 선임돼 채용 정상화, 노동자가 이사회에 참가하는 ‘노동이사제’ 성과 줄 세우기 위주 경영개선 등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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