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몇 년 전 어느 프로야구단의 대표이사는 인터뷰를 통해 “20년간 우승 못하면 프로구단 존재 이유가 없다”는 말을 했다. 100년 넘게 우승을 못했던 메이저리그의 야구팀에 비하면 약과지만 몇 개 구단이 없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20년간 우승을 못하는 일은 꽤 충격적이다. 

그런데 과연 이 말은 프로야구팀에만 적용할 수 있을까? 산업계와 프로야구가 닮은 점은 실적(성적) 경쟁을 한다는 점이다. 경쟁업체와 비교해 높은 점유율을 유지해야 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목적에 걸맞게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런데 아주 오랫동안 돈을 벌지 못하는 사업이 있다면, 그 사업은 존재 이유가 있을까?

이것은 LG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이 적자를 보며 지낸 세월도 벌써 4년이다. 다시 말해 4년 동안 꾸준히 돈을 까먹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렇게 깊어질 줄 몰랐던 적자가 길어지자 전자·통신업계에서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지금처럼 적자가 지속되느니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게 낫다”는 말을 했고 다른 관계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으로는 경쟁력을 찾기 어려우니 중저가폰으로 승부를 보는게 낫다”고 밝혔다. LG 스마트폰의 미래에 대해 절망적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바깥에서 보는 시선’이니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보인다. LG전자 나름 스마트폰 사업을 살리고자 꾸준히 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 3명의 수장이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졌으며 그동안 다양한 플래그십 제품과 보급형 폰들이 시장에 등장했다. 

매번 제품이 등장할 때 마다 각 매체의 기사제목에는 ‘구원투수’라는 말이 등장했다. 누군가는 “LG 스마트폰에는 구원투수만 있고 선발투수는 없다”는 농담도 했다. 그나마 올라온 구원투수마저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대량 실점을 하고 강판 당했다. 

정말 이제는 ‘4년 동안 할 만큼 했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물론 ‘시장의 장기침체’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릴 수는 있다. 그런데 이것은 LG전자도 알고 소비자들도 아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LG전자는 적자를 줄이고 이윤을 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기업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LG전자의 ‘스마트폰 구하기’ 노력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올 하반기부터 생산거점을 평택캠퍼스에서 베트남 하이퐁캠퍼스로 옮겨 원가를 절감하기로 했다. 또 폴더블폰으로 기술력을 과시하는 대신 듀얼 스크린을 탑재한 5G폰을 출시해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로 LG전자의 말대로 ‘떠나간 고객들’이 돌아오고 실적이 개선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고민해야 한다. 

만약 이번에도 ‘떠나간 고객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LG전자는 스마트폰의 존폐 여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20년간 우승 못하는 프로야구팀이 존재 이유를 고민해야 하는 것처럼, 4년간 돈 벌지 못하는 사업도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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