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상반기 기업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금융지주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올리며 잔치를 이어갔다.

그러나 정작 최대 계열사인 은행들을 들여다보면 올해 들어 수익성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그룹은 상반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고, KB금융그룹도 2분기로는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우리금융그룹은 "경상 기준으로 상반기 최대"라고 밝혔고, 하나금융그룹은 상반기에 이자 이익과 수수료 이익을 합한 '핵심이익'이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금융 그룹 1·2위 실적을 올린 신한·KB금융은 각각 1조9144억원, 1조836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3·4위를 차지한 하나·우리금융의 순이익은 1조2045억원, 1조1790억원이었다.

신한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6.6%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지난해보다 각각 4.1%, 7.5% 줄었지만 일회성 요인을 제하고 보면 경상 기준으로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많다.

지난 1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우리금융 역시 예전 우리금융의 순이익과 비교하면, 충당금 등 특수요인을 제외한 경상 기준으로 사상 최대 성적표라고 밝혔다.

2분기 순이익만 떼서 보면 증가세가 더욱 뚜렷하다.

신한금융은 9961억원, KB금융은 9911억원으로 1분기보다 각각 8.5%, 17.2% 늘었다. 하나금융은 6584억원, 우리금융은 6103억원, 증가율은 20.6%, 7.3%에 이른다.

특히 KB금융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수출 부진에 미중 무역전쟁, 일본 수출규제 등의 내우외환이 겹쳐 저조한 성적표를 받은 일반 기업들과 달리, 금융지주사들만 웃는 모습이다.

금융지주사들이 성적표에 제각각 '역대 최대' 수식어를 붙일 수 있었던 것은 은행 담보대출 위주의 이자 수익 덕분이다. 이자 이익은 올해 상반기에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신한·KB금융의 상반기 이자 이익은 각각 3조9041억원, 4조549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6%, 4.8% 늘었다. 우리금융은 2조9309억원이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보다 5.3% 많은 2조8866억원을 기록했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인근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상반기 수익성에서 적신호가 들어온 시중은행은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더욱 떨어질 전망이어서 하반기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국내 4대 시중은행인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올해 2분기 순이자마진(NIM)이 전부 1분기보다 떨어졌다.

신한은행은 NIM이 1분기 1.61%에서 2분기 1.58%로 0.03%포인트 하락했다.같은 기간 국민은행 NIM은 1.71%에서 1.70%로, 우리은행은 1.52%에서 1.49%로, 하나은행은 1.55%에서 1.54%로 내려갔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NIM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신한은행의 작년 2분기 NIM은 1.63%로 올해 2분기보다 0.05%포인트 높았다. 국민은행은 1년 전보다 0.01%포인트,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0.03%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NIM은 은행 등 금융사가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 비용을 뺀 뒤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다. 운용자금 한 단위당 이자 순수익을 얼마나 냈는지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다.

국내 은행 NIM은 최근 몇 년간 금리 상승과 대출수요 증가에 힘입어 크게 올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전체 NIM은 2016년 1.55%에서 2017년 1.63%로 뛰었고 2018년 1.67%로 더 상승했다.

그러나 올해는 이런 상승세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우선 올해 들어 시장금리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시 통화 완화 기조로 돌아서고 있고, 한국은행도 올해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이에 따라 은행 수신·대출금리가 모두 떨어지면서 이자수익이 낮아지게 된다. 정책 요인으로는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규제가 계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을 산정할 때 가계대출 가중치는 15%포인트 높이고 기업대출 가중치는 1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은행은 가계대출을 줄이거나, 이전처럼 가계대출을 하려면 예금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예금을 늘리면 조달 비용이 올라간다.

가계대출을 줄이는 대신 기업대출을 많이 늘리려고 해도 경기가 좋지 않아 한계가 있다.

은행들은 올해와 내년 저성장·저수익 국면을 예상하고 전략을 정비하고 있다. 특히 여신 규모를 적극적으로 늘리기보다는 위험관리에 더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 NIM이 0.01∼0.02%포인트는 더 하락할 것으로 본다"면서 "저원가성 예금을 확대해 소폭이나마 개선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하락하는데도 새 예대율 적용에 따른 은행 예금 유치 경쟁 때문에 조달금리 하락 폭이 축소됐다"며 "하반기에는 대출 저우량 자산을 우량 자산으로 교체하는 전략을 추진해 자산 성장을 상반기보다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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