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중소기업중앙회에 출입한 지 일주일이 지났을 즈음 새로운 회장에 김기문 회장이 당선됐고 그와 함께 중소기업계에서 활동한 지 어느덧 5개월이 지났다.

김기문 회장 체제로 전환된 중기중앙회는 각종 언론홍보활동과 함께 중소기업 회원사들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듯 했다. 어느날 한 통의 메일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지난 22일 오전 여느 때와 같이 중기중앙회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살펴보고 있을 때쯤 한 통의 메일이 눈에 들어왔다.

중기중앙회 홍보실이 출입기자단에게 ‘보도협조’ 명목으로 보낸 ‘제이에스티나 글로벌패션브랜드 도약 본격화’ 보도자료다.

제이에스티나는 김기문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시계, 주얼리, 핸드백, 화장품, 향수, 패션 액세서리 등을 생산 및 판매하는 코스닥 상장 기업이다. 무려 국내 1위 시계·주얼리 제조업체로 알려져 있다.

기자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다른 것이 아닌 “개별기업에 대한 홍보를 한 적이 있나?”라는 것이었다. 바로 메일함을 뒤져봤다.

아니나 다를까 김기문 회장 취임 이후 지금까지 개별 중소기업에 대한 별도 홍보자료를 배포한 사례는 지난 4월 29일 ‘2019 바이네르 효도잔치’ 건 외에는 어떤 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보통 보도협조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보도자료의 경우 주로 중기중앙회에 소속된 협회 및 단체, 협동조합의 것이 대부분이다.

중기중앙회가 최대주주로 있는 홈앤쇼핑 건은 예외로 하겠다.

그날 저녁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홍보실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자에게 돌아온 대답은 “특별한 사유는 없었다. 요청에 의한 배포일 뿐, 회장의 계열사라는 이유로 특혜를 준 것은 아니다”라는 대답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소통창구로서 중앙회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것.

하지만 의문은 더 커져갔다. 그렇다면 왜 다른 중소기업들은 지금까지 홍보 요청을 하지 않았을까.

기자는 한 중소기업 대표에게 중기중앙회의 이번 보도자료건에 대한 생각을 넌지시 물어봤다.

그는 “중기중앙회를 통해서 홍보가 가능하다면 어떤 기업이라도 하고 싶을 것”이라며 “중소기업계 절대다수의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인데 누가 마다하겠나. 회장 계열사라면 더 쉽게 홍보실에 접근할 수 있었을 텐데 속이 쓰리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기자가 출입하고 있는 국내 수많은 중소기업들은 자체 홍보실이나 전문PR(홍보)업체를 통해 언론사에 대한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돈이 없는 어려운 중소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조금이라도 자사의 제품이나 기술력을 언론을 통해 홍보하기 위해 없는 돈을 쪼개가면서 홍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대한민국의 중소기업에게 홍보 창구를 열어놓고 있다고 하는 중기중앙회의 입장과는 간극이 있어 보인다.

중기중앙회에 묻고 싶다. 3000만 중소기업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설립된 자신들의 본분을 망각한 것은 아닌지.

중기중앙회장 역시 자세를 다시 다잡아야 할 때 같다.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한 절대다수의 중소기업들이 하나 같이 어려움을 토하고 있는 지금 같은 시기에 자신이 가진 권력을 ‘자사 홍보’에 써서는 안 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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