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위로부터 강병중 넥센 회장과 정지원 KRX 이사장. [사진=한국거래소, 연합뉴스 편집]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60여년 이어져온 한국거래소(KRX) 독점을 깨기 위한 제2의 거래소 설립을 반대하며 나선 정지원 이사장을 비롯한 몇몇 인사들의 모습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지원 KRX 이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내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오랜 염원인 대체거래소(ATS; Alternative Trading System) 설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마디로 이번 민간주도 거래소는 사익추구를 위한 도구가 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경쟁체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논리다.

현재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 6곳(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키움증권)과 함께 ATS 설립을 논의중이다. 이는 한국거래소의 주식거래 독점 체제를 깨고 거래소 간 경쟁을 통해 투자자를 위한 서비스 확대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증권사들도 이 같은 ATS 추진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D증권사 한 임원은 "급한 일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시장 독점이 이어오지 않았느냐"며 앞장서 경쟁사 설립을 막아 서는 정 이사장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국내에 대체거래시스템이 도입되면 현재 60년 넘게 국내의 모든 주식거래를 담당해온 한국거래소의 독점 구조가 깨져 자본시장의 활성화가 기대된다. 하지만 "KRX가 본연적 의무를 넘어 공공성을 앞세운 규제 기관의 성격이 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크다. 금투협회 한 관계자는 "엄밀히 대체 또는 제2의 거래소라고 표현하는 것도 공공성이 짙다"며 "ATS는 엄밀히 거래소가 아닌 전자거래플랫폼 성격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증권거래는 KRX에서만 이뤄지며 회원 자격을 부여받은 기관투자자들만이 거래소내 거래가 가능하다. 개인 투자자들은 기관들의 거래시스템을 통해야지만 거래가 가능하다. 즉 개인이 증권거래를 하게 위해서는 기관 시스템의 이용료와 거래 수수료 등 2중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반면 ATS는 기업의 상장 및 등록, 회원감리 기능은 없고 실질적인 증권 매매에 특화된 거래소다. 2중의 수수료를 떼가는 인위적 시장조성자의 개입 없이 시장참여자들 간에 최우선 호가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이에 국내 증권업계에서도 ATS 도입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KRX의 주문제도는 7가지 주문유형과 2개의 주문조건의 조합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ATS가 활성화된 미국의 경우 252가지의 주문제도가 있어 서비스의 질적 차이가 큰 상황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서비스 영역이 넓어지면 국내는 물론 해외 전문 투자자들이 국내시장에 보다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금융선진국들은 1990년 후반부터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복수의 ATS를 운영하며 자본시장 거래를 분산시켜 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집계에 의하면 2010년 94개에 달했던 ATS가 업계내 경쟁과 인수합병(M&A)을 거쳐 지난달 말 기준 54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유럽, 홍콩, 싱가포르, 일본, 호주 등에도 ATS가 존재한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규모와 상관없이 비슷한 수익구조를 가지며, 수수료를 두고 출혈 경쟁을 펼치고 있다. ATS를 통한 거래비용 절감이 업계가 ATS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다. 하지만 정 이사장의 반대와 함께 지역내 유치를 위한 지방자치단체간 신경전이 이를 막아서는 형국이다. 

ATS 설립에 적극적인 지방자치단체는 전라북도다. 앞서 전북혁신도시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함께 암호화화폐 거래소를 유치한 전북도는 지난 2014년 '전라북도 특화금융산업 발전방안 연구보고서'를 내는 등 제3의 금융중심지 지정에 사활을 걸어왔다.

하지만 지난 4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가 "전북이 제3의 금융중심지로 지정되기 위해선 여건이 더 갖춰져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기도 한 이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한국거래소 본사가 위치한 부산시 관계 인사의 반대에도 눈길이 쏠린다. 부산 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강병중 넥센 회장은 "한국거래소 입지를 흔들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ATS설립 논의가 진행될때마다 반대 입장을 피력해왔다.

1939년 생으로 재계 최고령 원로이자 평소 애국주의를 강조해온 강 회장은 이번에도 지난 25일 모 언론매체 특별기고를 통해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해외에 넘겨줄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제2의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부산시가 먼저 자리 잡을 때까지 서두를 것이 없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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