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마 사이언스] 웃고 넘어가기엔 심각한 ‘엑시트’ 속 독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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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마 사이언스] 웃고 넘어가기엔 심각한 ‘엑시트’ 속 독가스
작은 크기로 많은 인명 앗아갈 수 있는 살상무기…인류 최악의 발명품으로 부족함 없는 녀석들
  • 여용준 기자
  • 승인 2019.07.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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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시트'. [사진=CJ ENM]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전쟁에 쓰이는 무기들은 대체로 잔인하고 악랄하다. 그 중 독가스는 공기를 타고 퍼지기 때문에 작은 폭탄 하나로 광범위한 살상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래서 더 끔찍한 무기고 사용을 지양해야 하는 무기다. 

과학과 발명은 때로 기대와 다른 결과를 낳기도 한다. 질량-에너지 등식(E=MC²)을 발견한 아인슈타인은 이것이 핵폭탄 개발의 원리로 사용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많은 독가스들도 처음부터 사람을 죽이려는 의도로 만들어지진 않았다. 

마이클 베이의 1995년작 ‘더 록’에 등장하는 VX가스는 영국의 생화학자가 살충제를 개발하다가 유독성이 너무 독해서 독가스가 돼버렸다. 

물론 상당수의 독가스는 전쟁 당시 군에 의해 만들어졌다. 특히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은 독가스의 발전(?)에 엄청난 공이 아닌 공을 세웠다. 

그것이 우연이든 우연이 아니든 독가스는 화학지식의 결정체이며 인류 최악의 무기 중 하나다. 31일 개봉을 앞둔 영화 ‘엑시트’에서는 독가스 테러가 등장한다. 영화에서 독가스 자체가 큰 의미를 갖진 않지만 한국영화에서 독가스 테러를 다룬 경우가 흔치 않은 만큼 독가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엑시트’는 심각한 재난 상황에서 소시민 주인공 용남(조정석)과 의주(윤아)의 탈출 과정을 코믹하게 담아낸 유쾌한 영화다. 그러나 실제 독가스는 말처럼 그리 유쾌한 녀석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VX가스(C₁₁H₂₆NO₂PS)는 영화 ‘더 록’에 등장하면서 유명한 가스가 됐다. 이 녀석은 영화에서처럼 녹색의 영롱한 구슬 모양을 띄진 않지만 살상력은 영화에서 강조한 것만큼 엄청나다. 

대부분의 독가스가 독일군에 의해 개발된 것과 달리 이 가스는 영국에서 개발돼 미국군에서 활용하고 있다. 신경작용계의 일종으로 살상력은 독일이 개발한 가스들보다 훨씬 강력하다. 

무색무취에 옅은 갈색을 띄고 있으며 호흡기와 눈, 피부 등에 침투해 근육경련과 시력저하, 호흡곤란, 다한 등 증상을 일으키다 자율신경의 불수의근과 샘에 손상을 일으켜 더 이상 호흡하지 못하고 사망에 이르게 된다. 

VX가스에 노출되면 영화에서처럼 몇 분 안에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 때문에 노출 즉시 해당 장소를 벗어난 뒤 아세틸콜린 수용체 저해제인 아트로핀을 즉시 주사해야 한다. 

VX가스의 무서운 점은 화학식만 알면 제조하기가 어렵지 않다는 점이며 잔류성이 높아 가스에 노출된 지역은 장기간 출입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영화 ‘더 록’ 외에도 유명 SF소설가 마이클 크라이튼 ‘바이너리’라는 소설을 통해 VX2가스 테러의 공포를 다룬 바 있다. VX2가스는 요인암살용 가스로 2017년 김정남 암살사건 당시 이 물질이 쓰였다. VX2가스 외에 VX가스도 대량살상 뿐 아니라 요인암살용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이밖에 2012년에는 러시아 화학무기 폐기공장에서 VX가스가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으며 1994년에는 일본 옴진리교 광신도들이 옴진리교 피해자 회장을 VX가스로 살해하려 한 적도 있다. 

영화 '더 록'. VX가스는 저 구슬처럼 예쁘게 생기지 않았다. [사진=유니버셜픽쳐스코리아]

VX가스의 살상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전쟁 중 많은 인명을 앗아간 독가스들도 있다. 속칭 ‘겨자가스’((C₁-CH₂CH₂)₂S.)라고 불리는 이 물질은 1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과학자 프리츠 하버에 의해 개발됐다. 

세포독성을 띄는 수포작용제로 피부에 큰 수포를 일으켜 끔찍한 고통과 함께 사망에 이르게 된다. 폭격기를 통해 포탄 형태로 투하하게 돼 가스의 살상력 외에 폭발로 인한 피해도 줄 수 있다. 1993년 화학무기 협정에 따라 현재까지 핵무기만큼 엄정한 규제를 받고 있다. 

역시 독일군에 의해 개발한 유기인 계열의 신경 독가스인 ‘사린가스(C₄H₁₀FO₂P)’는 무색·무취지만 독성이 매우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시냅스에 전달하는 신경전달 물질 중 하나인 아세틸콜린을 분해하는 아세틸콜린에스터라제의 저해제로 작용해 아세틸콜린이 신경계에 계속 남도록 하면서 심각한 마비 현상을 일으킨다. 아세틸콜린은 역할을 다하면 분해되거나 퍼져야 하는데 사린가스가 이를 막는 것이다. 

청산가리의 500배가 넘는 독성으로 알려져 있으며 피부로 흡수된다. 일단 노출되면 동공이 수축되고 근육이 마비된 뒤 구토와 방뇨 등 증상을 일으키다 호흡기 근육의 마비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2010년 미국 드라마 ‘홈랜드’ 시즌5에서 사린가스에 대한 묘사가 등장한 적이 있지만 우리에게는 1995년 옴진리교의 도쿄 지하철 독가스 테러 사건으로 잘 알려져있다. 

불산은 전쟁무기임에 틀림없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그것으로 경제전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들 가스 외에도 루이사이트, 불산, 소만, 청산, 치클론B, 타분, CG 가스 등이 대표적인 화학무기들이다. 이들 중 최근 주목받는 화학무기가 ‘불산(플루오린화수소, HF)’이다. 

일본이 한국을 향해 경제 보복성 수출규제를 강행하면서 “한국이 북한에 불산(에칭가스)을 유출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물론 이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무기 전문가들은 불산을 이용해 화학무기를 만들 경우 저순도 에칭가스를 쓰기 마련인데 굳이 가격이 비싼 고순도 에칭가스를 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테러를 하려면 다른 물질을 쓰는 것이 좋다. 

그러나 불산은 그 자체로도 강력한 독성을 지닌다. 이미 2012년에 경북 구미의 한 반도체공장에서 불산 저장탱크가 폭발해 5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으며 2013년에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사업장에서 불산 누출사고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일이 있었다. 

일본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불산은 유사시에 무기가 될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다. 그것은 화학무기로 많은 인명을 앗아갈 수 있고 일본처럼 경제적 무기로 많은 피해를 줄 수도 있다. 

한때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라는 명목을 내세워 이라크에서 전쟁을 일으켰다. 여기서 대량살상무기는 화학무기(독가스)나 생화학무기(세균·바이러스) 등 단 한 발로 넓은 범위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무기를 말한다. 

그만큼 화학무기는 무섭고 끔찍하며 두려운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화학무기를 규제하고 이로운 방향으로 쓸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한다. 아인슈타인의 핵융합은 핵폭탄을 만들기도 했지만 오늘날 꼭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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