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원전 1호기. [사진=한수원]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원자력 발전소는 지난 60년간 한국 산업계를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업용 원전을 가동한 이후 전기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산업화의 동력으로 자리매김 해왔다. 동시에 한국은 연구개발(R&D)을 통한 기술 자립화와 건설·운영 노하우 축적으로 세계가 인정하는 기술력을 확보하며 원전수출국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시행하면서 원전 산업은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그 여파로 국내 원전 생태계는 물론 원전의 영향력이 뻗친 교육, 수출, 환경, 전력수급, 에너지믹스 등에 모조리 빨간불이 켜졌다. 본지는 위기에 빠진 원전 생태계를 짚어보는 시리즈를 준비해봤다.

- 편집자 주

원자력 기관 신규채용 규모 급락, 자발적 퇴사자 증가
주기기공급사 대대적 조직개편, 유급휴직 등 구조조정

한국은 60년 전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마크(TRIGA Mark)-II’ 도입으로 원자력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부산 기장군에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소가 1978년 가동을 시작한 이래 원자력은 국내 전력생산의 핵심역할을 담당하며 산업화와 국가경제를 이끄는 동력이 됐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2015년 당시 한국 원전산업은 국내에서만 연 26조6000억원의 연매출을 올리고, 3만5000여 명을 직접 고용했다. 이 시기 국내 대표적 에너지기업인 SK에너지가 약 27조원, GS칼텍스가 26조원의 연매출을 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그 규모가 어느정도인지 고려할 수 있다.

순수 한국 기술력으로 만든 원전 ‘APR1400’은 원전 종주국인 미국으로부터 기술력과 안정성을 인정받았다. 올해 4월 30일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이 2014년 12월 제출한 APR1400은 더 이상 기술적 이슈가 없어 신속한 법제화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APR1400은 외국 기업이 개발한 원전으로는 처음으로 미 원자력규제 당국의 설계인증을 받았다. 한국 토종 원전이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미국 원자력 규제기관에서 설계인증서(DC)를 취득한 것이다. 지금까지 NRC가 원자로 사용을 인증한 것은 웨스팅하우스와 GE가 신청한 5건이 전부다.

한국원자력학회 관계자는 “대형원전, 소형원전, 제4세대 원자로, 연구용 원자로, 핵주기 연구까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며 “우리나라의 대형원전의 설계, 건설, 운영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임을 UAE에서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규모 전력생산과 해수담수화 시장을 겨냥한 소형 일체형원자로(SMART)의 기술력도 최고 수준이다”고 말했다.

한국 원전이 자타공인 ‘세계 최고’라고 인정을 받았지만 정작 한국 정부는 외면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핵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원전산업계는 급작스럽게 인력과 조직이 붕괴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원자로. [사진=두산중공업]

국내 유일무이한 주기기공급사 두산중공업은 대대적인 조직개편, 조기퇴직 유도, 유급휴직, 계열사 전출 등의 인력구조 조정을 단행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자사의 과장급 이상 직원 2300여 명 대상으로 2달간 유급 휴직을 시행하고 있다”며 “또 기존 6개 사업부문(BG)에서 주단BG와 원자력BG를 통폐합해 축소운영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두산중공업의 90여 개 주요 협력업체들도 탈원전 정책 이후 평균 40%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원자력학회 산업소위원회에 의하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이후 원자력 산업의 고용 규모는 확대되고 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에너지 전환 정책 발표 여파로 원자력 주요 기관의 신규채용 규모는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탈원전 전후인 2016년과 2018년, 한수원이 821명에서 427명, 한국원자력연료가 110명에서 22명, 한국원자력연구원이 112명에서 46명,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65명에서 43명으로 등으로 각각 감소했다.

반면 국내 3대 원전 공기업의 자발적 퇴사자는 늘어나고 있다. 한수원, 한전기술, 한전KPS의 자발적 퇴직자는 2015년, 2016년 2년간 170명에서 2017년, 2018년 2년간 264명으로 55.3% 증가했다.

원전 설계사의 매출액과 하도급 발주도 각각 감소하고 있다. 설계사 인력을 보면 탈원전 정책 이전에는 1300명 유지가 가능했으나 정책 시행 이후에는 600명선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설계 하도급사 인력도 비슷한 곡선을 그린다. 탈원전 정책 이전에는 1600명 채용이 가능하지만 정책 시행이후에는 채용 가능 인원이 330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원전 산업이 다른 나라의 추격을 강하게 받고 있는데 탈원전 정책으로 시장을 개척해 나갈 추진 동력을 잃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원자력은 국가 총력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새로운 결정과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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