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2019년 세법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국내 산업에서 오프쇼어링(off-shoring, 기업유출)이 심화하고 있지만,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세법개정안에는 이를 해소할 방안이 담기지 못했다. 

재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법인세율 인하는 결국 묵살됐다. 일본 경제보복에 대응한 연구개발(R&D) 비용 세액 공제는 확대되지만 이 역시 한시적 조치다. 

25일 기획재정부는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19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발표에 앞서 “기업이 더 빨리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세제지원을 한시적으로 보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국내 투자와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민간투자 촉진 세제 3종 세트'를 업그레이드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인세 대폭 인하만이 유일한 대책이라는 현장의 목소리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국내 100대기업 조사결과 기업들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법인세 인하(37.3%)'를 꼽았다. 정부가 주안점을 둔 투자 활성화 지원 확대(28.2%), 수출 등 해외진출 지원(19.1%), 고용창출을 위한 지원(8.2%) 등은 후순위다.

또 이번 세법개정안에 담긴 △생산성향상시설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 상향 △투자세액공제 적용 대상 확대 및 일몰 시기 연장 △가속상각제도 인정 범위 확대안에 대해 기업들 61.7%가 “한시적 인센티브일 뿐 투자 활성화에 역부족인 정책”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번 세법 개정안에는 기업투자 촉진을 위해 '신성장동력·원천기술 연구개발비' 세액 공제 범위 대상에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 바이오베터(바이오 개량 신약) 등에 더해졌으나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된 반도체 소재 분야가 더해졌을 뿐이다.

또 기존에 연구·개발시설 및 신성장 기술 사업화 시설에서 생산성 향상 시설과 에너지 절약 시설로 가속상각대상 자산을 확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는 “손금산입으로 결국엔 보전받을 비용을 앞당겨 회계처리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무엇이 기업에 유리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 축소한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도 원위치로 돌렸다. 정부는 지난해 대기업 1%, 중견기업 3%, 중소기업 5%로 각각 2%포인트씩 공제율이 축소한 바 있는데, 이를 대기업 2%, 중견기업 5%, 중소기업 10%로 상향조정했다. 다만 이 역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통과일로부터 1년이라는 한시적 조건이 붙었다. 

기업승계를 막아온 최대주주 할증평가제도 손봤다. 최대주주 할증평가제란 상속세법상 최대주주의 상속지분을 평가할 때 ‘경영권 프리미엄의 대가’로 기존의 50%의 세율에 10~30%의 가중치를 붙여온 할증률을 낮추기로 했으나 중소기업에 한정한다는 전제가 붙었다.

금융투자업계의 기대를 모아왔던 금융투자상품별 상이한 과세체계를 단일 세율을 적용받는 양도소득세로 통합하는 방안은 아예 세제발전심의위원회 논의의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기획재정부도 이같은 세법개정안에 대해 경제 상황이 엄중해서 취한 한시적 조치라는 점을 부정하지 않았다. 김병규 세제실장은 “(대기업에 대한 증세 기조가) 감세 기조로 돌아섰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표현”이라고 말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돈 있는 사람이 자유롭게 투자하도록 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제도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며 “투자자 인센티브 차원에서 법인세 인하, 상속증여세 누진세율 완화, 가업 상속 공제 확대 등을 과감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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