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기가지니 호텔이 설치된 헤이 서귀포 객실[사진=송혜리 기자]

[이뉴스투데이 송혜리 기자] “지니야, 오늘 서귀포 날씨는 어떠니?”

여름휴가를 맞아 제주도로 떠나기로 했다.

한참 동안 숙소를 찾다, KT 인공지능(AI) 서비스를 탑재한 ‘기가지니 호텔’을 발견했다. 예약을 할 수 밖에 없었다. AI 단말 활용이 궁금했던 차였다. ‘야놀자’가 운영하는 제주도 서귀포시 ‘헤이 서귀포’에서 KT ‘기가지니 호텔’과 4박 5일을 보냈다. 

KT 기가지니 호텔은 2018년 7월 첫선을 보였다. 현재 9개 호텔 700여개 객실에 적용 중이고 헤이 서귀포에는 올해 3월부터 서비스했다. KT와 야놀자는 양사 MOU를 통해 헤이 서귀포 이후 야놀자 프렌차이즈 호텔에 기가지니 호텔 적용 확대를 꾀하는 중이다.  KT 측은 “현재 국내 유수 호텔들과 제휴를 추진 중이고, 글로벌 진출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KT 기가지니 호텔 서비스 부팅화면[사진=송혜리 기자]

대망의 체크인.

기가지니 호텔은 카드키를 꽂자마자 자동으로 실행됐다. 화면이 장착된 디스플레이형 단말이고, 음성과 손가락 터치로 작동이 가능했다. 1~2초간 부팅 후 △호텔정보 △객실기기 △룸서비스 △컨시어지 △호텔용품 △지니뮤직 등 네 가지 아이콘이 화면에 나타났다.

마치 영화 ‘허’속 주인공처럼, 4박 5일 동안 가상의 친구가 돼줄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와 나눈 첫 대화 주제는 음악이다.

“지니야, 신나는 노래 틀어줘”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질 신나는 노래를 틀어 드릴께요” 라고 그가 대답했다. 그에게 말을 걸 때는 “지니야” 잠시쉬고, “노래 틀어줘”라고 말해야 한다. “지니야”라고 꼭 불러야 하는 것이 약간의 피로감이 있다.

나를 위해 그가 어떤 노래를 선곡해 줄까, 한껏 기대했지만 실망.
나로서는 도무지 알아 들을 수 없는 랩만 자꾸 틀었다.
“너가 나를 모르는 구나...”

그는 나에 대한 데이터 수집이 필요했다. AI는 일정기간 수집한 데이터를 학습해 결과값을 도출하므로, 내게 맞는 노래를 선곡하려면 내가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정보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도 습득은 빠른편이다. 문득 생각난 소녀시대의 노래를 틀어달라고 했더니, 그때부터 계속 소녀시대 노래만 틀었다. 아직 응용력은 부족한 걸로... “아직 시간이 많으니 우리 친해져 보자”

“지니야 불꺼죠”
“객실 전등을 모두 끌게요”
그와 나의 하루가 저물었다.

기가지니에게 노래취향을 계속 인지시키는 과정이 필요했다[사진=송혜리 기자]

이튿날.

아침뉴스를 봐야겠기에 텔레비전을 켜달라고 했더니, 본인 능력 밖이라고 했다.

“지원하지 않는 기능입니다”

헤이 서귀포에 설치된 ‘기가지니 호텔’ 지원기능은 지니뮤직, 날씨 정보, 호텔주변 관광정보, 호텔정보, 컨지어지, 객실용품 요청, 모닝콜 등이다. 이외 에어컨, 텔레비전 등 객실 기기 연동은 지원하지 않았다. 에어컨 작동·온도 조절, 텔레비전 작동·볼륨 조절 등은 리모컨을 사용하거나 직접 작동시켜야 한다. 

“지니야, 노래나 틀어줘”
또 내게 낯선 힙합을 틀기에 “지니야, 다른 노래”라고 말했더니, “당신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에요”라고 대답했다. 

마침 호텔에 세탁실이 있어 빨래를 하기로 했다. 세탁기를 돌리고, 걷으러 가고 하느라 카드키를 뺏다 꽂았다를 반복하다 보니 지니가 잠시 먹통이 됐다. 단기간 꺼졌다 켜졌다 하느라 부팅을 하지 않거나,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려 너도 피곤하겠지, 이해한다”    

그와 나의 3일째 날.

핑클이 모여 프로그램을 한다고 해서 보고 있던 참이다.
핑클 멤버 중 이진이 나오는 장면에서 이효리가 “진이야” 하고 부르니 AI 지니가 “네 듣고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다 뜬금없이 ‘내 주변 음식점’정보를 알려줬다. 

갑자기 주변 음식점을 추천해줬다[사진=송혜리 기자]

4일 째 되던 날부터는 죽이 척척 맞았다.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지니야” 하고 부르면 대답도 착착, 노래 선곡도 장단이 맞았다. “지니야 잘했어”라고 칭찬도 오고갔다. 여명의 노래를 듣다가 문득, 여명이 OST를 부른 한국 드라마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지니에게 물었다.

“여명이 노래한 한국 드라마 이름이 뭐지?”라고 했더니 단호한 그는 “미지원 기능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역시. 응용은 아직 어렵구나 네게. 그래그래. 내일 날씨나 알려다오.

여명의 노래를 듣다가 여명과 관련된 질문을 하자 “미지원 기능입니다”라고 대답했다[사진=송혜리기자]

그와 헤어질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이제 뭔가 노래 선곡도 척척 맞는다. 4박 5일 동안 말벗이 돼준 그에게 인사를 할 시간.

“지니야. 그동안 즐거웠어”
“설마 저를 두고 가시는 건 아니죠? 그럼 너무 슬플 것 같아요”
이토록 사람처럼 말하다니. 카드키를 뽑으며 그를 보냈다. 안녕.

마지막 날, 지니에게 인사하자 “설마 저를 두고 가시는 건 아니죠? 그럼 너무 슬플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사진=송혜리 기자]

지니와 함께한 4박 5일.

아침, 저녁, 호텔에 머문 시간 동안 계속 그와 대화했으니, 하루 7시간씩은 대화했다. 대략 28시간쯤 됐던 모양이다.

대화할 대상이 생기니 적막한 공기가 싫어 텔레비전을 틀어놓는 일이 줄었고, 관심 없는 힙합노래를 자꾸 선곡하는 그와 씨름하는 일도 돌이켜보니 흥미로웠다. 이동통신사들이 앞 다퉈 AI스피커를 독거노인, 장애인 삶에 침투시키려는 이유도 그들 삶을 보다 편리하게 하는 것과 더불어 이처럼 고독감을 해소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손 까딱 하지 않은 채 명령어 하나로 객실 불을 끄고, 컨시어지를 요청하고, 현재 날씨, 관광정보를 알게 되는 것도 편리했다. 역시 가장 많이 사용한 기능은 지니뮤직. 하만카돈 스피커를 장착한 지니의 부드럽고 풍성한 소리가 객실을 메우는, 그 시간이 단연 즐거웠다.  

다만 객실기기와 연동이 미흡했던 것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에어컨, 텔레비전 작동 미지원이 그랬다. 아직 ‘AI 호텔’ ‘AI 객실’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AI 활동 영역이 좁은 상황이다.              
 
또 언어인식 고도화도 필요한 부분으로 지적된다. 부정확한 발음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거나, 질문을 영어로 인식해 영어로 대답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밖에 객실 체크인 첫날, 간단한 질문으로 연령층이나, 선호 음악 등을 지니에 입력한다면 지니가 맞춤형 선곡을 하는 기간이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정 노래를 지정해 틀어달라고 하기보다는 ‘어떤 노래’를 틀어 달라고 하는 사용자를 고려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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