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동산금융 활성화 1주년 은행권 간담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위주 영업을 줄이고 중소기업 동산금융(동산담보대출)을 확대하겠다는 정책 목표가 삐걱대고 있다. 동산담보대출은 기계설비나 원자재, 매출채권, 농축산물 등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상품이다. 

금융당국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금융부담 경감을 위한 방안으로 동산담보대출의 활성화를 주문했다. 그러나 과거 실패한 경험에 은행들은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박근혜 정부는 2012년 당시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동산담보대출 활성화를 적극 추진했다. 이에 동산담보대출은 2013년 말 3085억7300만원, 2014년 말 3132억5700만원을 찍으며 규모를 키웠지만 이후 동력을 잃으며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5월 '동산금융 활성화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동산금융 활성화에 다시금 팔을 걷어부쳤다. 동산담보대출 시장을 오는 2022년 말까지 6조원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로 지난해 말 8000억원, 올해 말 1조5000억원, 2020년 말 3조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은행권의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4361억원에 그쳤다. 목표치의 절반 수준인 것. 일반 동산 담보 대출의 최근 1년간(2018년 3분기∼올해 2분기) 신규 공급액은 5951억원이었다.

그나마 IP 담보대출(4044억원)을 포함하면 전체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1조원에 턱걸이 했다. 올해 말까지 예정된 목표를 채우려면 5000억원의 동산담보대출이 발생해야 하는 것이다.

이나마도 정부 영향을 강하게 받는 IBK기업은행이 증가액 대부분을 이끌어냈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말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1931억4800만원. 전년(671억9300만원) 보다 187.5%(1259억5500만원)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 증가액(1443억400만원) 중 87.3%를 책임졌다. 또 전체 대출 중 비중은 65.9%에 달한다.

기업은행을 빼면 균형 잡힌 성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동산금융 활성화 1주년 은행권 간담회'에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 네번째)과 은행장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위는 1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권 간담회에서 지난 1년간의 동산금융 활성화 성과와 향후 계획을 소개했다. 금융당국은 동산금융을 더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적인 취약점을 보완하고, 회수 시장을 키우는 등 정책적 노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먼저 일괄담보제 도입 등을 담은 동산·채권담보법 정부 입법안을 마련해 연내 개정할 계획이다.

또 현재 신용정보원에서 시범 운영 중인 동산금융정보시스템(MoFIS)의 구축을 8월까지 끝낼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기계 기구·재고·IP 등 동산을 일정한 분류 코드로 묶고, 중복담보 여부와 감정평가액, 실거래가액 같은 정보를 제공한다.

정부는 또 내년 초까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함께 동산 담보 회수지원기구를 설립할 예정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동산 자산은 600조원 규모지만, 동산금융의 비중은 아직 크지 않다"라며 "창업·중소기업을 위해 은행들이 더 힘써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은행권의 동산담보대출이 가계보다 규모가 큰 중소기업 등에서 주로 이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구색만 맞추는 수준으로 대출을 운용한 셈이다. 지난해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역시 목표 달성을 장담할 수 없다.

朴정부시절부터 동산담보대출을 관여한 은행권 한 관계자는 “동산담보대출은 한 번 쓰디쓴 실패한 경험이 있는 있는 상품”이라며 “금융당국이 내놓은 계획들도 아직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겨지지 않고 있어 은행권은 그만큼 섣불리 나서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그는 "은행권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담보권 실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보다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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