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왼쪽)이 이달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전기요금 체계 개편은 정부와 합의된 것"이라는 한국전력공사의 입장에 대해 정부가 거듭 "합의된 사안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들끓는 여론의 총알받이가 되지 않기 위해 '전기료 인상'이란 폭탄을 서로 떠안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한전 이사회가 원가 이하 요금을 현실화하는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기로 한 데 대해 "정부와 협의한 바 없다"고 발언했다.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는 전기 사용량이 월 200㎾h 이하인 저소비층에 월 4000원 한도로 요금을 깎아주는 제도다. 작년 기준 958만 가구(전체 가구의 49%)가 총 3964억원의 혜택을 봤다. 소비자에게 제공하던 혜택을 줄이면 그만큼 전기료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한전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이날 정 차관은 필수사용량 공제 제도에 관련해 “합리적으로 개선하기로 한전과 협의했는데 정부의 필수사용량 공제 제도의 합리적 개선은 폐지와는 다른 부분”이라면서 “필수사용량 공제에 해당하는 전력사용 가구에 중상위 소득계층, 저소득층도 있기 때문에 명확한 실태조사를 해서 취약계층 보호를 두텁게 하고 중상위층은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차관은 “공시 내용 중 사외이사가 제안해 통과된 '원가 이하의 전력요금체계 현실화'는 정부와 협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원가 이하 전기요금 현실화가 전기요금 인상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고 질문하자 “전기요금 인상 여부는 인상이 필요한 시점에서 한전 재무여건, 연료비 등을 고려해 결정할 문제로 지금 미리 결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한전은 앞서 지난 1일 열린 이사회에서 '주택용 개편안'과 함께 ‘내년 상반기까지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폐지 또는 축소, 원가 이하의 전력요금체계 현실화’ 등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함께 의결하면서 "정부와 합의점을 도출한 사안"이라고도 했다. 

한전은 정부와 사전 교감을 했다는 입장이다. 한전 내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말 누진제 개편안 의결을 보류했던 한전 비상임이사들이 누진제 개편안을 받아들인 건 전기요금 인상 여지를 둔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두고 정부와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산업부는 다음 날 보도해명자료를 내고 “한전 이사회가 별도로 제안해 의결한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은 정부와 협의된 내용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전기요금 인상에 정부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번 정 차관의 발언은 정부의 이같은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정 차관은 한전 이사회가 보류했던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한 주 만에 통과시킨데 대해서는 “산업부가 압박한바 없다”고 했다. 한전은 지난달 21일 이사회를 열어 누진제 개편안을 처리하려 했지만 의결을 보류했지만 같은달 28일 임시이사회에서 안건을 통과시켰다. 한전이 한 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은 정부가 한전에 '이익 보장'을 약속하는 모종의 접촉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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