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을 가진 기업이 자체 OTT 서비스를 시작하면 타 플랫폼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사진=넷플릭스]

[이뉴스투데이 정환용 기자] 지상파 OTT ‘푹’과 SK텔레콤 ‘옥수수’가 넷플릭스를 잡기 위해 결합한 ‘웨이브(WAVVE)’가 빠르면 9월 중 정식서비스를 시작한다. 그러나 넷플릭스를 비롯해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OTT 서비스에 국내 플랫폼이 도전하기에는 질과 양 모두 수준 미달이다.

웨이브는 국내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OTT 서비스를 합병한 새로운 법인으로 9월 정식 서비스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웨이브는 해외 제작사들과 콘텐츠 공급계약을 맺으며 제공 서비스 범위를 늘리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웨이브가 자체제작하는 콘텐츠 관련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통합법인 설립과 더불어 자체제작 프로그램도 선보일 예정”이란 문구가 전부다. 현재로선 웨이브를 비롯해 네이버TV, 아프리카TV 등 국내 OTT가 단일 플랫폼으로 합병한다 해도 유튜브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유튜브도 지난 2016년부터 자체제작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OTT 통합만으로 점유율이 바뀔 가능성은 적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20년 국내 OTT 시장 규모를 7800억원대로 예상했다. 2012년 1085억원이었던 OTT 시장은 6년여간 600% 가까이 성장하며 방송 판도를 바꾸고 있다. OTT 시장 성장은 방송사와 IT기업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고 케이블TV, IPTV 등 유료방송 입지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사진=각사 홈페이지]

OTT 시장 성패는 좋은 플랫폼보다 좋은 콘텐츠에 달려 있다. 웨이브가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이름을 알리기 위해선 규모 확대가 아니라 콘텐츠에 집중해야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무역관에 따르면 미국 OTT 스트리밍 서비스 점유율 1위는 넷플릭스, 2위 유튜브, 3위 훌루, 4위 아마존 비디오 등이다. 이들 사업자는 일찌감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지원을 시작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실리콘밸리무역관과 인터뷰에서 “미국 시청자들이 점점 한국 콘텐츠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부산행’, ‘옥자’, ‘미스터 션샤인’ 등 다양한 한국 작품들이 서비스되고 있다”고 말했다. 컨설팅 그룹 딜로이트 역시 이미 2018년 전통적인 유료 채널 구독자보다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자 수가 더 많아졌다며 “가장 중요한 시장 확대 요인은 콘텐츠 질”이라고 언급했다.

세계 OTT 시장 1위인 넷플릭스도 현재 점유율에 낙관할 수만은 없다. 최근 넷플릭스는 미국 유명 시트콤 ‘프렌즈’ 서비스를 위해 워너미디어에 8500만달러를 지불했다. 하지만 워너미디어와 월트디즈니컴퍼니, HBO 등 방송사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자체 플랫폼을 선보이며 넷플릭스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사진=디즈니 플러스 홈페이지]

OTT 시장의 가장 큰 위협은 디즈니가 11월 서비스할 ‘디즈니 플러스’다. 디즈니는 미국 지상파 방송사 ABC, ESPN을 비롯해 픽사, 20세기폭스, 루카스필름, 마블 코믹스 등 제작사를 인수합병해 계열사로 거느린 세계 최대 저작권 라이선스 보유 기업이다. 디즈니가 타 OTT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면 마블, 픽사 작품을 비롯해 수천편에 달하는 인기 영화와 드라마를 디즈니 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게 된다.

넷플릭스는 오랫동안 OTT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디즈니를 비롯한 IP 보유 기업이 자사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면 1위 기업이라 해도 왕좌를 유지하기 어렵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양과 질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예능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이미 올해 콘텐츠 제작비용으로 총 매출의 75%가량인 150억달러(약 17조원)를 투입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실리콘밸리무역관 관계자는 “방송·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구글, 애플 등 IT기업들마저 독자 플랫폼 제공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기업 공통점은 플랫폼뿐 아니라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한다는 점”이라며 “디지털 기기가 익숙지 않은 기성세대까지 아우르기 위해선 하드웨어보다 높은 품질의 콘텐츠 공급이 필수”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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