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文정부, 이제 ‘소득주도성장’ 허상 걷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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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文정부, 이제 ‘소득주도성장’ 허상 걷어내자
  • 안중열 정치사회부장
  • 승인 2019.07.1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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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 지난 12일 오전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사실상 철회한 가운데, 청와대가 14일 지난 2년 간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고충을 겪어 온 영세자영업자 및 소기업 등에 고개를 숙였다. 아울러 최저임금 인상 과정에서 불거진 이른바 ‘을을 갈등’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다만 청와대는 소폭 인상으로 결론이 난 이번 최저임금 결정결과를 놓고 제기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 주장에 대해선 여전히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와 같이 장기간 저성장‧저물가 기조를 이어가는 나라에서 최저임금 인상카드만을 고집했던 사례는 쉽게 보기 힘들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을 올려 실질소득 상승효과가 있었는지는 지금 정확히 파악할 길이 없지만, 실제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고는 볼 수 없다. 다만 일부 올라간 소득이 저소득층의 엥겔계수를 높였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에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에서도 이미 인정했듯 영세자영업자 및 소기업의 경영에 부담을 주면서 오히려 고용률마저 떨어뜨렸다.

이는 사회진보연대의 부설기관인 노동자운동연구소의 보고서에서 이미 우려한 바 있다. 문재인정부 3대 경제정책의 한 축인 소득주도성장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을 개선하고 임금 격차를 완화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이 아닌 부작용을 가져올 소지가 다분하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미 고용된 노동자들의 임금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지만, 고용 자체는 상대적으로 줄어 전체 노동자 계층의 ‘임금 총액’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최근 국내 경제학계에서 벌어진 소득주도성장 논쟁의 실체도 살펴봐야 한다. 일단 대기업과 공공기관 주도의 고임금 구조가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주장에도 공공일자리 창출에 추경을 투입하면서까지 적극으로 임금시장에 개입해온 정부를 향한 비판 목소리가 존재한다. 이와 달리 경제성장 속도에 비해 근로자에게 실질 임금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어 정부가 최근까지 고수해온 최저임금 인상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전자는 소득주도성장의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최저임금 카드를 강행했다는 비판이, 후자는 이른바 ‘임금 없는 성장’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 정부가 추진해온 소득주도성장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GDP 수치를 기반으로 한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받는 실질임금 증가율 산출의 기준은 극히 다르다. 이 부분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채 혼용되면서 우리 사회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놓고 찬반으로 갈리게 된 게 아닌가 싶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선 속도조절을 했지만, 노동소득 분배에 갇힌 지금 정부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나 이 같은 움직임이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이어받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지금은 우려스럽기만 하다. 누구보다 냉정할 것 같은 김상조 실장에게서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희망고문을 가해온 정부의 메신저의 느낌이 나서다.

‘경제적 약자 보호’라는 미명 아래 추진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영세자영업자들을 벼랑 끝에 내몰았고 저임금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다. 문재인 정부도 벌써 출범 3년차를 맞았다. 역대 정권의 성패를 갈랐던 경제에선 몇 점이나 받고 있나. 합리적 자원배분을 통해 시장으로부터 제대로 된 호응을 얻고는 있나. 정부도 이제 소득을 늘려 내수를 진작하고 투자와 고용을 촉진시켜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소득주도성장의 허상을 인정하고, 새 정책기조를 제시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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