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한 양국 과장급 첫 실무회의에 참석한 전찬수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안보과장(오른쪽부터)·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지난 12일 도쿄 지요다구 경제산업성 별관 1031호 사무실 겸 창고에서 일본 측 대표인 이와마쓰 준(岩松潤) 무역관리과장·이가리 가쓰로(猪狩克郞)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과 마주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북한 재래무기 관련 금수조치를 권고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UNSCR) 제2371호가 대한민국 정부의 덜미를 잡았다. 김정은의 미사일·핵실험 도발이 3년이 지났는데도 무방비 상태로 이어져와 제도 보완과 해명이 시급해 보인다. 

13일 한·일 실무회의가 문재인 정부에 상흔만 남긴채 마무리되면서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가 후지TV 방송 토론에서 “언급하기 꺼려진다”고 말한 ‘개별적인 사안’이 무엇인지 윤곽이 드러났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달 24일자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안보 우방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조치와 관련 “한국의 전략 물자가 북한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과는 무관하다”고 확인했다.

반도체 소재 수출제한 품목 가운데 하나로 지정된 불화수소(에칭가스)가 북한에 유입됐다는 음모론을 앞세운 일부 극우들과 반대집단 사이에 벌어지는 퇴행적 진실게임과는 선을 그은 것이다.

경제산업성은 그러면서 “(한국측에)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 규제가 도입되지 않았다"며 “최근 3년간 양자협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가 북한 대륙탄도미사일(화성 14호) 발사와 제6차 핵실험으로 채택된 UNSCR 2371, 2375 등과 관련된 글로벌 안보 전략이라는 우회적 메시지다. 

2017년 8월 6일 유엔안보리는 민수용 석탄·철광석 수출 제한을 포함한 북한 재래식 무기 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품목(dual-use items)’을 금지 품목에 추가하는 UNSCR 2371을 채택했다. 

한국은 지난 2016년 1월 북한의 제4차 핵실험 후 유엔안보리가 채택한 UNSCR 2270에 따라 캐치올 규제를 도입한 바 있다. 캐치올(catch-all, 상황허가)이란 쉽게 말해 민간용도로 제조됐지만 군사용으로도 쓰일 수 있는 ‘이중용도품목’ 수출 시 정부의 감시·통제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물론 한국도 2017년 12월 4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고시로 ‘북한에 대한 재래식 무기 관련 통제 물품’ 목록을 발표한 바 있지만, 정작 이를 규제하는 대외무역법 제19조 3항을 보면 “대량파괴무기와 그 운반수단인 미사일”에 한정돼 있다. 일본 정부가 앞서 지적한 ‘한국측의 제도적 미흡’은 이 부분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략물자관리원 홈페이지 캐치올(상황허가) 품목리스트. 고시일이 3월 11일로 북한 제6차 핵실험 이전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전략물자관리원]

전략물자수출입고시 제2016-43호 제50조에 나타난 한국측의 상황허가 대상품목은 동결진공건조기·정수압프레스·공작기계 등 21종이다. 하지만 고시일이 2016년 3월 11일로 북한의  제6차 핵실험 이전이다. 국제사회에서 규탄 성명과 결의가 쏟아져 나오는데도 한국 정보기관의 시계는 멈춰 있었다.

전찬수 산업부 무역안보과장은 이와 관련 “한국에서는 법령상 재래식 무기도 수검 대상”이라며 “캐치올이 재래식 무기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일본의 주장은 이해가 부족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전 과장은 그러면서도 상황허가 품목이 UNSCR 2371 권고 이후에도 업데이트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선 함구했다.

방첩당국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전략물자는 대통령령 정도로만 인식되다 보니 현장에서도 혼란이 없지 않았다. 이번에 허점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캐치올이 실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가입국간 정보 공유가 중요하다. 일본은 “지난 3년간 한국과 협의를 시도했지만 반응이 없었다”는 입장도 내놨다. 

북한의 실체를 초국가적위협(transnational threat)으로 보는 일본은 한국남동발전의 북한산 석탄 반입으로 논란이 일던 지난해 11월에도 북한을 겨냥한 대량살상무기확산저지구상(PSI) 성명에 참가하는 등 국경을 넘어선 글로벌 안보전략 차원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당시 UNSCR 2375, 2397 지지를 표명한 PSI회원국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가 80% 이상의 일치율을 보일 정도로 적극적이다. 이를 두고 “아베 총리가 대북제재 문제를 언급한 것은 안보적으로 위험하다”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라 발끈하는 북한 노동당과 다를 것이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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