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보다 일본’…이재용 부회장, 급한 불 끌까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청와대 오찬간담회도 거르고 일본 출장길에 올라 눈길을 끌고 있다. 재계에서는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에 따른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청와대는 경제계 주요인사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연다. 이날 간담회는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황각규 롯데 부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허창수 GS 회장 등 기업인 30명과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경제단체인 4명이 참석한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이나 이낙연 국무총리와 만남 때 직접 참석하며 정부와 스킨십을 강화했던 이재용 부회장이 청와대 초청행사에 불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진행된 경제인 간담회에서도 직접 참석하며 최근 대외 활동을 활발히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외 경영환경이 급박하게 변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자리에 불참하고 일본 출장 중인 만큼 현지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이 아니냐는 재계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7일 저녁 급하게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수행도 없이 홀로 출장을 떠난데다 구체적인 일정도 알려지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재계에서는 최근 경제상황에 비춰봤을 때 4일부터 시작된 일본의 수출 제재에 대해 일본 정·제계 인사들과 만나 현안을 점검하고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떠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이 부회장은 9일 귀국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보다 더 오래 일본에 체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현지 언론은 이 부회장이 11일까지 일본에 머물면서 현지 대형 은행, 반도체 제조사 등과 협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TV아사히 계열 언론사인 ANN은 “이 부회장이 일본의 대형 은행과 반도체 제조사 등과 협의하는 쪽으로 조정 중”이라며 “반도체 소재의 조달이 정체될 우려가 있어서 대응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규제 대상인 반도체 소재 취급 기업과는 이번 방문기간에 협의를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긴 어렵다는 게 재계 관측이다. 일본 정부에서 수출을 제재를 가한 만큼 기업보다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게 재계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청와대 경제인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정부는 9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 상품무역이사회에 일본의 수출 규제를 추가의제로 상정하며 “일본은 정치적 동기에 따른 부당하고 근거 없는 무역제한 조치를 취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날 일본에 ‘수출 규제 조치 철회 및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요구했으나 일본은 “규제 철회는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