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논의하기 위한 한국전력 임시이사회가 지난달 말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한전아트센터 앞에서 한국전력 소액주주들이 한국전력의 주가 하락과 적자 경영에 관해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에게 책임을 물으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유준상 기자]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두고 의견차를 보이던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내년 하반기 전기요금 인상을 놓고 또다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전기료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한전의 입장에는 동의하면서도 내년 총선 표심을 의식해 ‘국민 달래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전력공사는 이달 초 이사회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폐지 또는 축소, 원가 이하의 전력요금체계 현실화’ 등 전기요금을 인상할 것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는 전기 사용량이 월 200㎾h 이하인 저소비층에 월 4000원 한도로 요금을 깎아주는 제도다. 작년 기준 958만 가구(전체 가구의 49%)가 총 3964억원의 혜택을 봤다. 소비자에게 제공하던 혜택을 줄이면 그만큼 전기료 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한전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산업통상자원부는 다음 날 보도해명자료를 내고 “한전 이사회가 별도로 제안해 의결한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은 정부와 협의된 내용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전 계획에 대해 정부가 선 긋기에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정부가 전기료 소비자인 국민들 앞에서는 ‘선심성’ 정책을 쓰는 동시에 전기료로 수익을 내는 한전에는 ‘이익 제고 방안’을 제시하는 등 이중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누진제 개편은 ‘선심성’ 행보의 대표적 사례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매년 7, 8월 약 1600만 가구에 전기료를 월평균 9486~1만142원씩 할인해주기로 했다. 총 2536억~2847억원가량 금액이다. 하지만 국민이 2536억~2847억원의 혜택을 본만큼 한전은 그 부담을 고스란히 지게 됐다.

하지만 정부는 비슷한 시점 ‘한전 달래기’도 병행했다.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편하기로 한데 이어 경영공시를 통해 내년 상반기까지 전기요금 체계 개편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한전 내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말 누진제 개편안 의결을 보류했던 한전 비상임이사들이 누진제 개편안을 받아들인 건 전기요금 인상 여지를 둔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두고 정부와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뤘기 때문”이라며 “한전과 협의안 사안을 갖고 국민들 앞에서는 발뺌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전과 정부 간 사전에 교감이 있었다는 것이다. 한전과 협의된 사항을 정면으로 뒤집는 정부의 태도는 “내년 총선을 의식하고 있어서가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소비자 부담 원칙에 따라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값싼 전기료를 현실화하는 정공법을 쓰지 않고, 국민 앞에선 표심을 의식한 이같은 정부의 행보에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A대학 에너지학과 교수는 “김종갑 한전 사장이 직접 이사회 결의 내용을 추진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했는데 정부가 뒤늦게 면피하려는 모양새”라며 “선거를 앞두고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민감한 화두를 던지니 정치권에서 시치미 떼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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