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슬라에 공급되는 일본 파나소닉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 [사진=파나소닉]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한국 정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경제보복이 전기차 배터리 등 차세대 성장 동력을 겨냥한 2차 공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8일 아베 일본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정면으로 비판한 가운데, 일본으로부터의 기술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의 급소가 하나하나 발가벗겨질 처지에 놓였다. 일본과 한국이 견지해온 자유민주 가치동맹에서 문 대통령의 이념 노선이 이탈하고 있다는 정보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기업만이 국제 특허를 가진 특수소재 등에 대한 수출이 중단되면, 한국은 손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당하게 생겼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등에 쓰이는 이차 전지의 경우 일본이 한국으로부터 의존하는 기술이 전혀 없다. 

아베 총리는 지난 7일 방송 토론에서 '한국이 무슨 잘못이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의 대북관을 비롯한 이념·철학의 문제를 언급하면서 "강제 징용 문제에 국제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가 북한 비핵화 공조와 함께 글로벌 보편성에 입각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일본의 공격은 관세로 주고받는 미·중 무역 갈등과는 달리 세계무역기구(WTO)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합법적 범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즉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하는 경제전쟁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어서 경제와 정치는 분리하라는 한국측의 보복철회 요구도 먹혀들지 않고 있다.

예컨데 한국 정부는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 조치는 곧 협정위반이라고 항변하지만, 일본은 우방국(화이트리스트)으로서 제공해온 인센티브를 일부 제거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이 내부적으로도 정립되지 않은 국익 차원 대응을 언급하고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상조 정책실장이 5대 그룹을 만나 대책을 논의했지만, 이들이 뭉친다고 일본 내각정보조사실 엘리트 그룹이 국가적 전략 차원에서 준비한 경제전쟁을 이겨낼 방법을 찾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테이블에서는 LG화학·SK이노베이션·삼성SDI 등 각 그룹 계열사가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차세대 산업으로 육성해온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보복 가능성도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산업 가운데 기술 의존도가 가장 높은 부문이기 때문이다.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조사에 의하면 배터리 4대 소재로 불리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의 일본 의존도는 낮은 편이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다수의 특수소재 관련 기술은 일본 기업만이 가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액션 플랜을 가동해 이 부분을 건드리면 국내3사는 전 세계에 있는 공장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와 함께 알루미늄 파우치는 일본의 DNP와 쇼와덴코가 대표적인 기업으로 세계 점유율이 70%가량으로 높은 편이어서 대체 수입처를 찾기에도 버겁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문제는 한국이 무기로 삼을 만한 카드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라며 "거래 관계가 끊겨도 그쪽에서는 아쉬울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양극재와 음극재를 잘 접착시키는 역할을 하는 고품질 바인더, 동박 제조에 쓰이는 설비, 전해액 첨가제 등이 일본 기업들이 원천기술과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품목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중국도 만드는 4대 소재 의존도가 낮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가장 무서운 것은 일본만이 가진 특허를 회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일본측 물음에 답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무기 하나 없이 너도나도 100% 국산화를 주장하는 것도 참으로 어리석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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