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시 사랑채노인복지관에서 배식 봉사 중인 운제스님.

[이뉴스투데이 경인취재본부 신윤철 기자] ‘안녕하세요?’ 우리들의 일상의 인사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안녕”의 진정성을 담아 인사를 할까? ‘안녕’이라는 인사말에 사랑과 기운을 담아 전하는 것이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 맑고 화사한 봄꽃 같은 미소가 끊이지 않는 의왕 청계 사단법인 생활불교 자성원 회주(창립자)이자 이사장인 운제스님이다. 소녀 같은 미소가 너무 밝아 세속의 나이를 묻는 것이 실례인 줄 알지만 물었다.

“60이 다 되어가요.”

환하게 웃는 스님을 두고 주위에서는 50도 안 되어 보인다고 말한다. 모두 내어주는 봉사의 삶에서 에너지를 얻는 게 아닌가 싶다.

지난 4일은 (사)생활불교 자정원 신도들이 사랑채 노인 복지관에서 점심 배식 봉사를 하는 날이었다. 복지관에는 의용소방팀, 그리고 김성제 전 의왕시장도 나와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1,000여 어르신들을 맞고 식사 시중을 드는 봉사를 하고 있었다.

운제(賱侪)스님(호 여초如初)은 입구에서 급식표를 받는 일을 하고 있었다. 스님의 맑은 미소와 환영의 인사에 길게 늘어선 어르신들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다.

“2007년에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사랑채노인복지관 운영을 맡으면서 운제스님을 찾아가 도와 달라고 부탁을 드렸어요. 그때 200여명이던 점심 식사 어르신이 1,000여명이 되기까지 한결같이 운제스님과 자정원이 도와주고 계세요. 복지관 점심 배식 봉사뿐 아니라 청소년 상담, 노인 상담, 사랑의 쌀 모으기 등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정말 큰일을 하고 계시죠.” 금유현 복지관장의 말이다.

“봉사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기자의 질문에 운제스님은

“처음엔 중이 왜 나왔느냐고 짜증을 내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저 진심이 닿을 때까지 기다렸죠. 지금은 목요일이면 저 보러 오시는 어르신들이 많아요.”

“주방 앞에서 국그릇을 나르는 김성제 전 시장님을 보고 사람들은 처음엔 시장 선거에 낙선하고 몇 번이나 나오겠느냐며 비웃기도 했지요. 그래서 제가 시장님께 그랬어요. ‘당신 업이다. 진심이 닿을 때까지 수양하시는 자세로 계속 하라’고. 보세요. 지금은 얼마나 많이들 반가와 해주시잖아요.”

배식 봉사를 마친 (사)생활불교 자정원 신도회원들.

1991년 동학사 운달 큰스님에게 계를 받은 여초스님은 지난해 새로이 운제(賱侪)라는 법명을 받는다. 넉넉할 운(賱), 무리 제(侪). 사람들 속에 넉넉하게 어울려 지내라는 뜻이다. ​​‘처음처럼’이란 뜻으로 주었던 법명 ‘여초(如初)’는 호로 쓰게 하셨다고. 스님은 새로운 사명을 받은 거라고 기꺼이 받으셨다고 한다.

운제스님은 1996년 양재에 포교원을 열고 봉사하는 생활불교 실천에 큰 뜻을 세운다. 그리고 인연이 의왕에 닿아 2000년 의왕에 자정원을 연다. 자정원은 제도권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이웃을 찾아 쌀을 전하고 어려운 일을 당한 불우한 이들을 찾아가서 도와주는 일을 시작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장학금 지원사업, 난방비 지원사업뿐 아니라 청소년 상담을 위해 서울구치소교화위원으로도 활동한다.

“우울증 치료를 위해 상담을 많이 하게 됐어요. 마음이 안정 되어야 좋은 생각을 품게 되요.”

“속상한 일이 있거나 아무도 불러주는 이가 없어 외로우면 찾아와 함께 차를 마시자고 권하죠. 좋은 기운을 나누면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되니까요.”

운제스님은 요즘 ‘주책 부려라’라는 강의를 자주한다.

“참고 사는 게 다가 아녜요. 참고 살려니 화병을 앓는 거죠. 할 말을 다 해라. 성질 부려야 건강에 좋다. 백세 인생을 살아야 하는데 이대로는 안 된다고 말하죠. 자식에게 주려는 마음도 다 버리고 키우시라고 말해요. 그렇게 자란 자식이 뭘 하겠어요. 로또만 기다리고 살지. 같이 죽지 말고 같이 살라고 말해주니까 속이 다 시원하다고 좋아들 하세요.”

왼쪽부터 이성훈 전 의왕도시공사 사장, 운제스님, 김성제 전 의왕시장.

9년 전 스님과 연을 맺고 자정원 고문을 맡고 있는 이성훈 전 의왕도시공사 사장은 “백운, 장안지구 개발 초기에 스트레스 때문에 죽을 뻔한 걸 운제스님이 살려주셨죠. 세상일을 모르고 사시는 분이 오히려 제가 하는 일이 막힐 때마다 멘토가 되어주셨어요”라고 말한다.

3년에 걸쳐 법당을 새로 지은 자정원은 더 큰 꿈을 꾼다. 조계종 반월사와 함께 망자의 업장을 소멸하는 기도를 드리는 더 큰 봉사의 장을 마련하려는 꿈을 꾼다.

자정원에서는 매번 법회가 끝나면 대중들은 운제스님의 선창에 따라 ‘나는 성공한다. 나는 즐겁다. 나는 건강하다. 나는 보배다’를 복창한다. 운제스님이 내리는 화두요. 주문이다.​

무고지민(無故之民)을 돌봄은 희생과 사랑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어렵고 각박한 세태에 생명의 존귀함을 몸소 실천하는 스님의 건강을 기원하며 우리가 사는 세상이 좀 더 사랑이 넘치는 세상이길 바라며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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