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연합회를 기울어진 운동장에 초대하기 위한 끊임 없는 회유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도 결국 인상될 전망이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에 한 근로자위원이 '만원 행동'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내려라는 요구가 빗발치지만, 결사항전을 다짐했던 사용자위원측이 분열되면서 동결조차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만원을 향해 가는 쇼만 남았다는 얘기다.

5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소상공인측 사용자위원 2명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마지막 전원회의에는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그동안 심의 불참 투쟁을 이어오던 권순종·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이 자진해서 '호랑이 밥이 되는 길'을 선택해버린 것이다. 

총인원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은 9명이다. 소상공인연합회 2인, 한국경영자총협회 2인, 중소기업중앙회 1인, 기타 협동조합 및 협단체 대표 4인으로 구성된다.

사용자측 위원 9인은 지난달 27일 열린 심의에서 업종별·규모별 차등적용이 무산되면서 보이콧을 선언했지만, 소상공인측을 제외한 나머지 사용자위원들이 제도개선 안건 상정을 요구하며 회의가 재개됐다.

지난 3~4일 이틀 연속으로 열린 8·9차 회의에서는 올해 대비 4.2% 삭감된 8000원을 주장하는 사용자위원ㅘ '1만원'으로 인상을 고수하는 근로자위원측이 격돌했지만, 안건 조율조차 못하고 다음 회의로 넘어갔다. 

사용자측 위원에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올해 최저임금 의사결정 자체를 끝까지 보이콧하며 오를 때 오르더라도 명분을 지키고 정당성을 상실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즉 상징적으로 나마 불참을 고수해야 했던 소상공인측이 의사 결정에 참여키로 하면서 전선이 무너져내렸다.

연합회 한 관계자 A씨는 "최승재 회장까지 심의 참석 거부를 천명했지만, 부회장 2인이 갑자기 전원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정치적 뒷거래가 없었다면 이렇게 갑작스런 상황 변화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재 회장은 지난 3일 내부공지를 통해 "업종별 차등적용이 외면된 2020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천명했다. 최 회장은 이어 10일 긴급총회를 열어 의견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언급한 10일 총회는 9일 열릴 예정인 10차 전원회의 결과에 대한 대응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부회장 2명이 어떤 이유도 말하지 않고 마지막 전원회의에 참석한다는 의견을 슬쩍 내놓는 수상쩍은 행동을 보였다"는 것이 A씨의 증언이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외형적 구색맞추기를 위해 소상공인측 참석이 절실했던 정부측의 회유에 말렸을 가능성이 높다"며 "'동결이냐' '1만원이냐' 줄달리기 끝에 소폭 인상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즉 회의 참석은 인상을 위한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 5월 공익위원을 위촉하면서 중도, 보수, 진보 성향의 전문가를 골고루 기용해 '중립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자신한 바 있다. 하지만 실상은 이념 중립적 인사는 1~2인뿐, '속도 조절 없는 인상'을 주장해온 극단론자가 4명(윤자영·전인·오은진·이승열 위원)이나 포진하고 있었음에도 경총마저 속아 넘어갔다.

결국 정상적인 투표에 들어가게 되면 동결을 마지노선으로 강하게 버텨온 사용자위원 전선이 무너진다. 이에 따른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은 이미 기정사실이 되는 것이어서 K씨는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정치권의 움직임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교섭단체 연설에 나선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동결을 선언하라"며 촉구했지만, 탈원전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근거법 없이 아무렇게나 나설 상황이 못된다. 

또 지난 1일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도 나경원 원내대표를 만나 공론화를 통한 동결 입장을 내놓자 하태경 의원 등이 힘을내라는 응원의 메세지를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장관 최저임금 고시일까지는 한달의 시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추가경정예산 처리에 나 원내대표를 끌어들이기 위한 립서비스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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