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마바리 조선소 전경. [사진=이마바리조선]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일본 경제보복의 칼날이 국내 조선 빅2간 기업결합을 겨냥하고 있다. 중국, 유럽연합(EU) 등의 난관도 있지만 가차없이 공격을 감행하는 일본이 가장 무서워진 상황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소재를 겨냥한 일본의 거센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간의 기업결합심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또 이와 함게 EU와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등 5개 심사 대상국을 확정했으며, 추가적으로 기업결합 대상 국가를 검토해 신청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우선 국내적 분위기는 밝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위원장이던 시절 공정위가 '글로벌시장에서의 경영효율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또 김 위원장이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참여연대 시절 효율성 증대원칙을 반대해온 자신의 신념을 바꿨다"는 노조의 공격 명분도 한풀 꺽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관련 시장의 획정, 경쟁제한성 평가 등이 구체적인 검토 사안"이라며 "이달 중 신속한 결론을 내기 위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관문도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는 관측도 우세하다. 중국 정부는 자국내 1·2위 조선사인 중국선박중공(CSIC)과 중국선박공업(CSSC)을 합병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두 회사를 합친 선박 수주 잔량이 현재 1위인 한국의 현대중공업을 뛰어넘게 되므로 반대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일본의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지난 5월 기준 전세계 선박 발주량을 보면 중국이 55%를 계약해 가장 많은 수주를 따냈으며 한국이 28%로 2위, 일본은 이탈리아(14%)에 이어 8%를 기록하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에 칼을 갈아온 일본이 이번 기회를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거라고 본다"며 "반도체 공격을 2달간 준비해온 일본의 치밀함을 감안하면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가장 아픈 방법으로 한국 정부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타이밍을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정치적 문제가 경제로까지 번지면 모두가 불행해진다"며 "경쟁당국의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면밀히 준비했고 심사 일정과 프로세스에 맞춰 충실히 설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당초 가장 큰 난관이 될 것으로 전망된 EU의 경우, 해당 국가의 사전협의 절차에 따라 지난 4월부터 협의에 나선 상황이다. 조선업 주요 선사들이 위치한 EU의 기업결합 심사는 일반심사(1단계)와 심층심사(2단계)로 구분되며, 심사에는 신청서 접수 이후 수개월이 소요된다.

기업결합 심사는 국가별로 상이하지만 각 경쟁당국이 매출액, 자산, 점유율 등 일정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일본 정부 차원에서 한국 조선업을 '불공정 무역'으로 규정한 것을 보면 불승인은 이미 예고됐다는 관측이 힘을 받는다. 20여개의 해외경쟁국 가운데 단 한 곳만 반대해도 그간 국가차원에서 공을 들여온 조선합병은 속수무책으로 끝이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9년 불공정무역보고서'에서 조선사 수주를 지원하기 위한 선수금반환보증(RG) 발급과 신규 선박 건조 지원 프로그램 등도 불공정 무역 사례로 담겼다. 또 최근 일본 업계를 대표하는 가토 야스히코 조선공협회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인수는 시장질서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정면 비판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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